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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에 소주 먹었을 뿐인데…마약사범?

이영민 기자I 2024.07.25 05:20:00

접근성 높아진 마약에 익명검사 받는 시민들
현지어로 적힌 대마소주·환각버섯
해외여행지서 무심코 섭취사례↑
국내선 일행 속여 대마젤리 주기도
비자발적 노출, 익명검사 필요 커져
"검사 늘리고 치료·지원 강화해야"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정윤지 수습기자]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벌어진 ‘마약음료 사건’에 ‘대마 젤리’를 권유하는 동창까지. 마약에 대한 불안감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수백명의 시민이 익명으로 진행되는 마약검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마성분이 든 식음료가 다른 상품과 함께 광고되거나 진열대에 놓여 있다.(사진=국정원 제공)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 보건소에서 진행되는 익명 마약검사는 올 상반기 총 379건이 진행됐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134건의 검사가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다. 결과는 대부분 음성이지만 지난 1년간 양성 반응도 9건 확인됐다.

이 검사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마약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검사나 치료를 제 때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익명으로 이뤄지는 만큼 개인정보 제공 없이 간단한 설문조사만 마치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정밀검사를 원하거나 양성반응이 나올 땐 의료기관에 안내하거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최근 마약의 문턱이 낮아지고 범죄에 이용되는 사례도 연일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지난 4월엔 서울 광진구의 한 식당에서 대학 동기 3명에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라며 대마 성분이 함유된 젤리를 주는 사건이 있었고, 5월엔 함께 술을 마신 여성에게 액상형 합성 대마가 담긴 전자담배를 흡입하게 하고, 피해자를 집단 성폭행한 일당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여기에 해외 여행지에서 의도치 않게 마약을 접하고 마약사범이 되는 사례도 있다. 이 떄문에 국가정보원은 지난 4일 해외 여행객에게 마약 성분이 담긴 식음료 섭취를 주의하라고 알리기도 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태국은 대마 무알콜 소주가 판매되는데 ‘대마성분 포함’이란 문구가 태국어로만 표기되고, 어린이들이 찾는 일반음료와 함께 진열돼 있어 무의식에 마약을 복용할 위험이 있다. 캐나다는 국내에서 마약류로 분류하는 환각버섯이 시중에 판매되고,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마약사탕 등 불법 환각 물질이 유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익명 마약검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25)씨는 “한국에도 마약이 퍼져 있는데 내가 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며 “마약 노출이 불안하면 무조건 익명 검사를 받아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뉴질랜드를 다녀온 윤모(26)씨는 “페스티벌에서 모르는 사람이 음료를 무료로 나눠주는데 뭘 탔는지 알 수 없었다”며 “파티용 마약도 있다고 해서 걱정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윤씨는 “저녁에는 여행자 숙소가 맥주가게처럼 바뀌었는데 거기서 주는 음료를 절대 마시지 않았다”며 “귀국해서도 마약에 노출된 것은 아닌가 싶어서 불안했다”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일반 시민이 비자발적으로 마약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익명검사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비자발적으로 마약을 투여하거나 호기심에 충동적으로 마약을 접한 국민의 건강을 국가가 관리한다는 점에서 익명 마약검사는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은 단순 마약 복용도 처벌하는데 비자발성을 입증하기 어려워서 검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익명검사가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홍보하고 만성질환처럼 마약 중독을 치료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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