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원자력계 산·학·연 관계자와 전문가, 원전지역(경주·울진) 주민 등 400여명이 ‘특별법 제정 촉구 참여단체 총연대’라는 이름으로 국회 앞에 모인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
임시로 원전 내 저장시설에 이를 저장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오는 2030년부터 한빛-한울-고리 순으로 습식저장조가 가득 찬다.
이렇게 되면 핵폐기물을 부지 내 저장시설(건식저장시설)에 쌓아둬야 하는데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원전 포화시점에 맞춰 해당 시설을 지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임시저장고가 결국 영구처분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시설을 짓는 데만 꼬박 7년이 걸린다.
결국 고준위특별법이 없어 국가 에너지정책의 신뢰성과 주민 수용성 모두 흔들리는 셈이다. 건식저장시설을 짓지 못한 최악의 경우엔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고 국민은 값비싼 전기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황 사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4조테라와트시(TWh) 이상 전력을 생산한 원전을 통해 석탄이나 LNG발전 대비 700조 원 이상의 경제적 연료비 이득을 얻어왔다”며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늦어지면 관리 비용 증가와 전기료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원전 상위 10개국 중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처분장 부지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인도뿐이다. 법적 근거인 고준위법 제정이 안 됐기 때문이다. 원전 강국들은 이미 처분장을 속속 갖추는 추세다. 핀란드는 내년에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폐장을 운영할 예정이고 스웨덴과 프랑스도 각각 2022년과 2023년 건설허가를 취득하거나 신청했다. 이웃나라 일본도 부지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고준위특별법은 2022년 11월22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업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 처음 상정된 이후 총 10여차례 논의했지만 아직 심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소위에서 여야간 협의점을 찾지 못해서다. 결국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가동해 처리키로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고준위법은 우리당도 법 처리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김성환 의원의 반대가 큰 상황”이라며 “여야가 소위에서 관련 쟁점을 풀어나가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최대 쟁점은 저장용량이다. 야당은 원전 설계수명인 40년 어치 폐기물만 저장할 수 있도록 용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노후원전이라도 안전성 검토를 거쳐 수명 연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의원안과 이인선·김영식 의원안은 각각 저장용량을 ‘설계수명 중 발생량’과 ‘운영허가 기간 중 발생량’으로 명기했다.
다만 김 의원은 법안 내 쟁점에 더해 현 정부의 원전 확대 기조까지 문제로 삼고 있어 법안소위 통과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국회 안팎에서는 오는 21일 법안 소위를 열고 고준위법 심의를 한 후 22일 전체회의 의결, 28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거쳐 29일 본회의서 통과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경선과 공천심사 일정이 겹치면서 29일 본회의 당일 고준위법을 원샷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고준위법이 21대국회에서 통과하려면 오는 29일까지 법안소위 심의라도 끝내야 5월말 본회의에서 법 통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