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살인 예고를 비롯해 지하철을 장소로 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지하철보안관에게 실질적인 치안 유지를 위한 사법권 부여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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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신림동 일대 흉기 난동 범죄사건 이후 인터넷 게시판과 사회관계망(SNS) 등에서는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한 다수 범죄 예고글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협박성 글을 올린 30대 남성이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앞서 19일엔 지하철 2호선에서 흉기로 주변 승객을 위협하고, 이 중 2명에게 상해를 가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8월 한 달간 지하철 범죄 또는 살인 예고만 45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공사는 지하철보안관 55명을 모든 전동차에 투입해 2인 1조로 순찰을 벌이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한 지하철보안관은 열차에 탑승해 이상행동을 감지하면 즉시 제지하는 역할을 한다. 역무원은 방검복·방검 장갑, 페퍼(후추)스프레이, 전자충격기 등 안전 보호장비를 갖춘 채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도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잇따른 강력 범죄 발생 및 예고에 지하철보안관 269명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보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하철보안관은 안전 보호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제지를 위해서 사용하기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지하철보안관 권모씨는 “지난 18일 7호선 하선방향 열차에서 한 승객이 다른 승객에게 협박성 발언을 하는 등 질서를 저해하고 있단 민원을 접수하고 출동했지만, 대응 과정에서 모욕과 폭언 피해를 당했다”며 “그런데도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기다리는 일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소송당할까 안전장비 무용지물…“사법권 부여 검토해야”
지하철에서 각종 범죄가 늘어나면서 지하철보안관에게도 사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관련 건의는 2011년 지하철보완관 도입 직후부터 제기됐으나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민간인에게 사법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국립공원공단과 금융감독원의 일부 직원도 사법권을 갖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법권 부여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사법권이 없어도 지하철 역사 또는 전동차에서 난동을 피우는 승객은 보안관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부연한다. 형사소송법 제212조에 따라 현행범은 일반 시민이라도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체포를 위해 물리력을 행사할 경우 각종 민·형사 소송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해도 지하철보안관들은 안전 보호장비조차 고소를 당하거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당할 우려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나날이 늘어가는 지하철 범죄에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지하철보안관에 대한 사법권 부여를 적극 검토해 볼 때라고 조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치안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권한은 부여해야 하는 게 필요하다”며 “다만 현재 이들은 단순 행정직인 만큼 권한 부여를 위해 교육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