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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기울어진 운동장의 비극

송길호 기자I 2023.08.18 06:15:00

학생 인권만 위하느라 바닥에 추락한 교권
사병 처우에만 힘쓰다 ROTC 첫 미달 사태
이제라도 균형 추 맞춰야

[박용후 관점디자이너]한 젊은 초등학교 교사가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가슴이 메어온다. 그녀만이 아니다. 많은 교사들이 ‘비상식을 상식처럼 여기는 세상’을 못견디고 교단을 떠나거나 심지어 세상과 이별을 했다고 한다. 슬픈 마음 하나로 이번 사건을 쉽게 지나쳐 보낼 일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누군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호들갑을 떠는 이 세상이 더 원망스럽다.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이면에 있는 아픔들이 조금씩이라도 드러나니 이제라도 바뀔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수만명의 교사들이 검은 옷을 입고 거리에 모였다. 그들이 든 피켓에는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뒤집어보면 그간 ‘교사의 교육권’은 보장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초등학생이 자기를 가르치는 스승을 폭행하고,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자식의 스승에 대해 학부모가 막말을 서슴지 않는 이런 교육현장에서 우리들의 스승들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안타깝다. 이런 교육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우려된다.

이 사건의 중심에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학생인권조례’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만든 폐단이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의지를 무력화했고, 스승의 교단은 높이를 잃었다. 오직 학생인권만을 위한 조례였다. 거기에 스승에 대한 교권은 없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겁박하는 학부모 앞에 교사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일 뿐이다. 어쩌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됐을까. 험한 꼴을 당하고도 왜 우리의 스승들은 지금까지 침묵할 수밖에 없었을까. 학생과 교사에 대한 ‘배려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비단 교육현장 만의 문제가 아니다. 군(軍)도 마찬가지다. 육군 창군 이래 처음으로 학군사관(ROTC) 모집이 미달됐다. 육·해·공군 사관학교도 경쟁률이 모두 하락했다. 부사관 충원률도 5년 연속 미달이다. 군의관으로 갈 인력이 의무병 또는 일반병으로 군에 간다. 이 또한 ‘배려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 원인이다.

그들이 절실하게 원하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치는 표를 얻기 위해 앞다퉈 사병의 복무기간을 단축시켰고, 월급도 초급간부를 추월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일반사병의 어려움은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쉽게 사회에 전달된다. 그와 반대로 초급간부나 장교, 장성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저 입닫고 당연히 그 일을 해야하는 사람들로 치부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간부의 길을, 장교의 길을 걸으려 하겠는가.

장교로 군에 가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간부의 위상은 땅에 떨어지고 사기는 바닥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국심만으로 초급간부의 길을 걸으라고, 장교의 길을 걸으라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군의 중추역할을 하는 간부에 대한 배려나 지원은 일반사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또한 간부는 일반사병처럼 자신들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도 없는 환경이다. 그러면 항명이니 뭐니 말이 나온다.

두 사건에 대한 원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너진 배려의 균형이 만든 예상된 비극’이다. 학생쪽으로만, 사병쪽으로만 한 방향으로만 일방적으로 쏠린 관심은 반대쪽에 있는 것들을 망가뜨린 것이다.

선생님은 무시하고 학생인권만을, 군간부는 뒷전이고 일반사병만을 위한 정책이 교육현장과 우리 군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제대로 된 시합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밸런스가 무너진 세상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피해자가 되는 법이다. 이런 아주 간단한 상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밸런스가 무너져 한쪽으로만 쏠린 생각들이 만든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지금이라도 다시 살펴보고 ‘배려의 균형’을 다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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