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의 인구위기는 저출산이 아닌 인구의 순유출에 기인한다. 그런데 이 순유출은 청년의 순유출을 의미한다. 한 예로 행안부가 심각한 인구위기 지역으로 지정한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들의 전체 2021년 순유출에서 20~34세 청년의 순유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145.4%에 이른다. 이는 청년 이외 연령대에서는 오히려 순유입이 나타났지만, 훨씬 더 많은 청년 인구가 떠났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지방의 위기는 청년을 넘어 훨씬 더 복합적이다. 청년이 떠나는 곳에서는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더 빨라진다. 지역의 경제·사회적 활력이 떨어지고, 시장·병원·교통 등의 인프라가 사라진다. 특히 교육환경이 악화되면서 자녀 양육 가족의 이탈로 확대된다. 특히 지역의 중산층이 떠나면서 지역에는 빈곤화가 이뤄진다. 물론 인구위기에 대응하고자 지역 지원예산이 투여되지만, 지역 내 산업기반과 중산층이 무너진 상황에서 뚜렷한 정책의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인구감소의 악순환이 인구이동을 따라 더 가속화된다.
강원도 지역들부터 대전충청 이남의 지역들을 잇는 선 아래로 거대한 지방소멸 위기지역들이 분포한다. 이는 우리 국토의 상당 부분에서 인구감소, 고령화, 경기침체, 빈곤, 생활여건 소멸의 거대한 지역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을 넘어 우리사회 전반의 발전을 가로막고, 우리 공동체의 통합과 연대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요인이 될 것이다.
인구이동으로 지역인구를 바라보면 출발지와 목적지라는 지역의 맥락이 보인다. 다시 말해 지역의 인구위기는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농촌이라는 지역과 지역 간의 관계구조에서 발생한다. 지방의 인구위기가 우리사회의 총체적 발전과정을 따라 나타난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주목할 두 가지 시사점이 있다. 하나는 지방의 위기는 특정 지역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역의 청년을 흡수하는 수도권이나 일부 대도시들도 지방의 인구문제에 공동의 책임감을 가져야한다는 점이다. 둘째 구조적 문제의 해결없이 개별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예산사업들만으로는 가시적 효과성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앞으로의 지역에 대한 인구정책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단순한 저출산·노인 복지 중심으로 운영되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거시적 전략을 제시하고, 지역들은 자기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아이디어로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
지방의 인구위기는 인구이동 때문이고, 인구이동은 청년의 유출로 구성된다. 지방의 인구위기는 지방 청년의 위기이다. 그래서 지방소멸의 정책과 예산들은 청년과 미래세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청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몇몇 청년들을 불러모아 달달한 지원사업로 짜여진 민원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청년의 발전 방안들을 청년과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함께 탐색하고 모색하여야 한다.
어제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포럼을 열어 지방인구 소멸 대응과 청년 인구 유입 방안을 청년들과 함께 논의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을 시작으로 기성세대들은 앞으로도 계속 청년을 향한 섬세하고 좋은 질문들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