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올해는 크든 작든 구체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한 가지는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공수처가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시작했고, 규정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서 이제 2년에 이르렀다고 말이다. 꾸준히 매진하고 있으니 조만간 성과가 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상당히 작은 규모로 설계돼 검사 정원이 23명이고 수사부 검사가 12명에 불과하다는 등 이유로 사건 처리 속도에서 다소 굼뜨게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은 왜 지난 2년간 공수처가 활발하지 않았는지 그에게 물었다. 김 처장은 인적·물적 자원이 불균형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검찰의 검사·수사관 비율은 통상적으로 1대 3 정도라며 공수처도 검사 정원이 25명이라면 수사관이 75명은 돼야 정상이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1주년 행사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 처장은 의원 입법안으로 인력 증원안이 발의됐지만 법사위에 계류 중이고 여야간 정치역학 관계상 막혀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자신들은 인권친화적 수사기관으로서 피의사실을 흘리며 수사하지 않고 공무상 비밀도 누설하지 않았다며 이를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결국 지난 2년간 체포와 구속 ‘0건’이라는 초라한 성적표에 자신들의 성과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수사기관 기본을 잘 지켰다는 주장뿐이었다. 기관의 목적에 대해서는 시간이 부족했고, 인력이 모자랐으며 그 인력을 채우기 위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시무식에서 찬송가를 불러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도 김 처장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는 새해는 묵은 마음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열어야 새해가 된다고 하면서 ‘선한 마음과 바른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서 주어진 소임을 다하자고 당부하는 취지’의 말씀을 한 것인데 본의와 달랐다는 이유를 달았다.
김 처장의 발언들은 반성보다 변명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마지막 1년의 임기를 맞이한 만큼 더이상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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