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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이데일리 조용석 공지유 기자] “코로나19를 겪으며 환경문제가 정말 중요해졌음을 절감했다. 소비자원에서도 이제 환경을 고려한 소비를 돕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또 기업에도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해 더 안전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계획이다.”
장덕진(사진) 한국소비자원장은 최근 충북 음성 한국소비자원 본원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환경`을 화두로 꺼냈다. 모든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고 있다지만 소비자피해구제가 주요업무인 소비자원이 무엇을 할 수 있나 잠시 고민하던 찰나, 최근 소비자원이 13종의 홍삼 제품을 비교하며 포장 용기 재활용 가능 여부까지 더해 발표한 자료가 떠올랐다. 7월 장 원장 취임 후 달라진 소비자원의 변화 중 하나다.
장 원장이 ‘현명한 환경 소비’만큼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안전 사각지대 제품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국내 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제품일 경우 해외 기준을 참조하거나 혹은 가장 예방적인 안전기준을 도입해 안전사고를 사전 예방하자는 취지다. 그는 “기업과 기관은 다소 싫어할 수 있으나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전 소비자원은 기업과 대척점에 있다는 고정관념도 깨뜨리려고 한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물건을 제조·공급하는 주체가 기업인 만큼 이들이 소비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다면 그만큼 분쟁이 일어날 위험성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기업에 정확한 소비자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7월 취임 후 약 석 달이 지난 장 원장에 대한 내부 평가는 실무와 이론을 잘 아는 ‘까다로운 리더’다. 그는 소비자원의 상급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장을 4년이나 역임해 소비자 관련 법에 해박하고, 또 소비자원 역대 처음으로 부원장을 역임 후 원장에 올라 내부도 잘 안다.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이 있다면 누구보다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다음은 장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소비자원에서 어떻게 소비자들의 환경소비를 이끌 수 있나.
△원장 취임사에도 이야기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환경문제가 정말 중요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변화도 더 진행되면 안 되겠다는 것도 피부로 느껴지더라. 또 절약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소비는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의 책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소비자 역시 환경을 고려한 소비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는 소비자 1000명 설문조사 결과 54.3%가 10% 이내 추가 비용을 내고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KB 트렌드 보고서를 근거로 댔다.) 소비자원도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제품 품질 비교 시 환경성 시험을 확대해 소비자에게 친환경 소비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할 예정이다. 환경성 시험이란 생활화학제품의 친환경 인증·표시 여부, 가전제품의 에너지절감 효과, 제품의 친환경성(친환경 원료 사용, 재활용성 등)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평가항목을 공개하면 기업도 환경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쓸 것으로 생각한다. 환경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을 통해 기업의 친환경 제품 개발과 자원의 재활용을 유도하는 과제 등도 추진코자 한다. 환경에 대한 부분은 계속 강화할 예정이다. 연말 조직 개편을 할 때 시험검사국에 환경 관련 팀도 신설할 계획이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안전관리 기준 미비가 부른 비극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실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종 유해물질이 지속적으로 출현하고 있어 소비자원도 우려가 크다.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안전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예방의 원칙’을 바탕으로 한 안전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원은 안전 사각지대로 인해 국민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해를 예방하기 위해 국내기준이 부재하거나 미흡한 제품군에 대한 안전조사와 사전예방적 제도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요가매트·휴대폰케이스 등에는 정자 수 감소·불임 등 생식독성을 유발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함유 가능성이 높은데도 관리기준이 없었으나, 소비자원의 지속적인 안전조사와 제도개선 건의를 통해 현재는 안전기준이 마련돼 부작용 발생을 예방할 수 있었다. 최근 3년 39건의 안전기준이 이 같은 방식으로 신설·강화됐다. 안타깝게도 생활 속 유해 화학물질들로 인한 신체상 피해는 소비자가 빠르게 인지하기 어렵다. 때문에 소비자원은 국가기술표준원·식품의약품안전처·환경부와 협약을 체결, 병원응급실 등에서 수집한 연간 7만 건의 위해정보를 제공하고 피해감시 활동과 대응을 공동으로 하고 있다. 또 해외에서 안전문제가 발생한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원 포함 6개 부처·기관이 합동 감시해 수입과 유통을 차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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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은 기업이 제대로 된 소비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고 들었다. 어떤 의미가 있나.
△기업들은 소비자 문제를 소비자원만큼 알기 어렵다. 또 그만한 정보수집 능력이 안 되는 기업도 많다. 그런 기업에 자기 기업과 관련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주면 이를 이용해 개선할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들의 문제를 알고 있는데도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도, 확산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역시 사전 예방이 방점이다.
소비자원은 매년 소비자 상담을 통해 얻은 약 70만건의 정보 및 병원·소방서 등에서 수집한 연간 7만 건의 위해정보를 기업에게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내년 운영이 목표다. 또 11개 분야의 사업자 정례협의체를 운영, 기업들이 소비자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
-여전히 소비자원의 분쟁조정은 강제성이 없어 효용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해결방안은.
△분쟁조정은 당사자가 조정 내용을 수락하지 않아 조정이 불성립될 경우,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궁극적인 분쟁 해결을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아무리 좋은 판결이라도 나쁜 조정만 못하다는 말처럼 양보를 통한 합의는 그 어떤 판결보다 유익한 분쟁해결 방법이라는 점에서 사업자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필요하기도 하다.
소비자원은 업자의 부당함이 명백함에도 합의를 거부하여 해결되지 못한 사건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소송을 지원해 사업자의 조정 거부 유인을 약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43건의 소송을 지원했고 올해는 약 50여건을 진행 중이다. 다만 조정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안으로는 소비자 분야의 집단소송제도의 신속한 도입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장덕진 한국소비자원장은…
△1962년 출생 △서울대 경제학 학사·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31회 행정고시 합격 △재정경제원 세제실 재산 체제과 △공정위 서울사무소장 △공정위 기획조정관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 △공정위 상임위원△한국소비자원 부원장 △한국소비자원 원장(2021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