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단체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예술감독 김보람(38) 안무가가 2년 만에 신작을 발표한다. 국립현대무용단 ‘힙합(HIP合)’에서 선보이는 ‘춤이나 춤이나’다. 전국 각지의 토속 민요를 소개하는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음원을 바탕으로 춤이 지닌 원초적인 소통의 의미를 풀어낸 30분 분량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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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김 안무가의 은사인 고(故) 김기인 서울예대 교수로부터 오래 전 들은 일화에서 따왔다. 김 교수가 어느 날 한 스님을 만나 자신을 “춤을 춘다”고 소개했는데, 스님이 침을 뱉으며 “춤이나 춤이나”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다. 김 안무가는 “어떻게 보면 춤을 추는 걸 비판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깊이 생각하면 공부의 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라디오에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들으며 “이런 소리에 춤을 추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작업 과정에서 불현듯 떠올랐다. 이번 공연을 위해 ‘멸치잡이소리’ ‘베틀노래’ ‘밭가는소리’ ‘통나무목도소리’ 등 13곡을 추렸다. 김 안무가는 “악기를 쓰지 않은 음악으로 선곡했다”며 “춤의 리듬을 만드는데 힘을 받는 소리가 노동요에 많다 보니 노동요가 많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김 안무가가 춤의 의미를 돌아본 이유가 있다. 최근의 유명세 때문이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는 2019년 밴드 이날치와 협업한 ‘범 내려온다’ 영상으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로 온라인 누적 조회수 6억 뷰를 기록하며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지난 5월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신곡 ‘하이어 파워’(Higher Power)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이목이 집중됐다.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들도 조금은 생겼어요. 감사하고 좋은 일이죠. 하지만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미디어 노출도 최대한 하지 않고 있고요. 저희가 바라는 건 저희의 무용 작업으로 무용이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거니까요. 무용수들에게도 항상 강조하고 있어요. 우리는 연예인이 아니라 무용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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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안무가가 바라는 것은 무용이 영화처럼 대중화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가듯 무용 공연 티켓을 예매하는 날이 왔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 계속 춤을 출 것이고, 안무 작업도 이어갈 겁니다.”
국립현대무용단 ‘힙합’은 현대무용과 스트리트 댄스, 국악 등 장르간 화합을 모색하는 무대다. 김 안무가의 ‘춤이나 춤이나’와 김설진 안무가의 ‘등장인물’, 이경은 안무가의 ‘브레이킹’을 함께 선보인다.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