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악재를 딛고 반등하고자 하는 몸부림을 쳐봤지만, 이번에는 시중 유동성 공급을 줄이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기조 변화 예고 앞에서 비트코인은 큰 힘을 쓰진 못했다.
주 초까지만 해도 4만1000달러까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던 비트코인은 이 가격대에서의 주요 매물 부담을 극복하지 못했다.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논의를 공식화했고, 종전 예상보다 1년 정도 이른 2023년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동성의 힘에 의해 올라간 자산 가격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엘살바도르에 이어 아프리카 국가인 탄자니아에서도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채택을 추진하는 등 그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습이지만, 엘살바도르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이 자금 지원 중단을 통해 압박하는 양상을 보이자 시장 불안은 여전했다.
특히 아이언 파이낸스가 발행한 아이언 티타늄 토큰(타이탄)이 지급불능 사태를 우려한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로 하루만에 제로(0) 수준까지 가격이 급락하자 전반적인 시장 투자심리가 좋지 못했다.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골드만삭스는 이더리움 선물과 옵션 등으로 가상자산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고, 비트코인도 4년 만에 새로운 업그레이드를 준비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 역시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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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4년 만에 환골탈태…스마트계약 기능 탑재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오는 11월 무려 4년 만에 처음으로 대대적인 업그레이드에 나선다.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나면 거래에 따르는 개인정보 보호와 효율성이 한층 강화되는 동시에 중개인 없이도 거래가 가능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트코인의 ‘탭루트(Taproot)’ 업그레이드를 공식 승인했다. 4년 만에 이뤄지는 업그레이드는 11월부터 시행된다.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비트코인의 한계점으로 불렸던 느린 거래처리 속도와 높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거래 보안성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트코인은 첫 출시 당시 전자서명 방식에 전자서명 알고리즘 변형인 타원곡선 전자서명 알고리즘(ECDSA)을 사용해 왔는데, 이 알고리즘은 비트코인 월렛을 제어해 비트코인이 정당한 소유주만 쓸 수 있도록 하는 개인키로 만들어진다. 반면 이번 업그레이드에서는 이를 슈노르 서명으로 바꾸려는 것으로, 비트코인 거래 내에 여러 개의 키를 포함할 수 있고 단일하고 고유한 서명을 생성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안성을 높이면서도 간결하고 효율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인 제미니에서 보안 엔지니어로 일했던 브랜든 아브나바기는 “체인 상에서 자신의 키가 그 만큼 많이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 지 숨기기가 용이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같은 변화와 맞물려 이번 업그레이드 이후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도 복잡한 거래를 할 때에도 중개인이 필요 없어지는 블록체인 기술의 주요 기능인 스마트 계약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는 장점도 생긴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블록체인 상에서 스마트 계약을 구축하는 프로그래머가 늘어날 경우 중앙화된 중개자를 배제하기 위한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에서 비트코인이 주요한 가상자산으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이더리움이 탈중앙화 앱(디앱)과 디파이에서 주요한 코인으로 활용돼 왔다.
이번 공식 승인에도 불구하고 실제 업그레이드는 11월로 잡은 것은, 그동안 많은 테스트를 통해 업그레이드 중에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탄자니아도 비트코인 법정화폐 검토…중남미·阿 확산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공식 인정한데 이어 이번에는 동아프리카의 탄자니아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포브스지에 따르면 사미아 솔루후 하산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은 이날 탄자니아 중앙은행(BOT) 측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프리카 동쪽 해안에 케냐와 모잠비크 사이에 위치한 인구 5800만명인 탄자니아는 자국 통화인 실링을 법정화폐로 쓰고 있다.
하산 대통령은 이날 “디지털 자산이 글로벌 금융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과거 인터넷을 통해서도 새로운 여정이 우리 앞에 출현했음을 모두가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자니아에서는 아직도 많은 영역에서 탈중앙화된 금융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탄자니아 중앙은행만큼은 준비되지 않은 채로 머물러 있지 않고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다른 아프리카 국가인 나이지리아에서도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채택을 위한 지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이지리아 내에서 비트코인 도입 요구가 제기되는 가운데 지난 주말 나이지리아계인 전미풋볼리그(NFL) 선수인 러셀 오쿵은 “나이지리아가 뒤쳐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비트코인 표준을 도입해야 한다”며 나이지리아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주목을 끈 바 있다.
이에 앞서 올초 케냐 중앙은행도 2010년 이후 미 달러화 대비 50% 이상 폭락한 실링화의 가치 하락을 해결하기 위해 기준 통화를 비트코인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도 아직 진지한 접근은 없는 상태지만, 브라질과 파나마 등 다른 중남미 국가에서도 몇몇 국회의원들이 엘살바도르의 행보를 뒤 따르는데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 이더리움 선물·옵션으로 투자 확대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최대 투자은행(IB)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가 자체 운영 중인 전용 트레이딩 데스크를 통해 이더리움 선물과 옵션 매매까지 가상자산 투자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에서 디지털자산부문을 이끌고 있는 매튜 맥더모트 대표는 이날 “기관투자가들의 가상자산 도입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최근 가상자산 가격이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이 영역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개월 내에 자체 가상자산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이더리움 선물과 옵션도 새롭게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더모트 대표는 “우리가 만나는 고객들은 현재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가격 수준이야말로 (종전보다) 더 입맛에 맞는 시장 진입 시점이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이런 가격 급락 덕에 시장 내에 있던 일부 투기적인 개인투자자들의 과도한 매수세나 레버리지 투자가 해소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채권(ETN)도 추가로 고객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초 기관투자가들의 거대한 시장 진입 수요를 확인한 뒤로 가상자산 전용 트레이딩 데스크를 출범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시장 데이터 제공업체인 코인메트릭스에 대한 1500만달러 이상 투자 딜을 주도한 바 있다. 맥더모트 대표는 “앞으로도 우리는 전략적 방향에 맞는 여러 기업들을 골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주째 자금 순유출…이더리움은 역대최대 이탈
최근 가상자산시장이 조정양상을 이어가자 가상자산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투자상품과 펀드로부터 2주 연속으로 자금이 순유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이더리움 관련 펀드에서의 자금 순유출은 기관투자가들의 이탈로 인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수급 측면에서 시장 반등력이 강하지 않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디지털자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코인셰어스(CoinShares)의 데이터를 인용한 데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1주일 간 가상자산 펀드에서의 자금 순유출 규모는 2100만달러(원화 약 234억8600만원)로, 2주일 연속으로 자금이 이탈했다. 특히 5월 중순 이후 약 한 달만에 가상자산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도 2억6700만달러(약 3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코인셰어스가 보유한 총 운용자산 중 0.6%에 이르는 규모다.
코인별로는 이더리움 관련 펀드에서 지난주에만 1270만달러(약 142억원)가 순유출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더리움은 올 들어 가상자산시장에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코인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역사상 최고치인 4380달러까지 올라갔다가 지금은 2530달러 언저리까지 40% 이상 추락했다.
반면 지난주 비트코인 펀드에서의 자금 순유출은 1000만달러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직전 주의 1억4100만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줄었다. 비트코인은 4만달러를 회복하긴 했지만, 역대 가격 추세선에 비해서도 36%나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댄 모어헤드 판테라캐피탈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역사상으로 보면 비트코인을 평균 3.25년 이상 보유하고 있었던 투자자들은 거의 대부분 돈을 벌었다”면서 장기 투자시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글로벌 최대 디지털자산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그레이스케일의 총 운용자산도 전주 303억달러에서 330억4000만달러로 재차 늘어났다. 반면 2위 운용사인 코인셰어스의 총 운용자산은 40억달러에서 38억달러로 줄었다.
◇사상초유 코인 뱅크런…몇시간 만에 60달러→0달러
하루새 가격이 60달러대에서 0달러로 폭락하는 가상자산이 나왔다. 지급불능 상태를 우려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이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아이언 파이낸스가 개발한 아이언 티타늄 토큰(타이탄·TITAN) 가격이 이날 최고가인 65달러에서 0.000000035달러로 폭락했다. 가격 하락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당초 이 코인은 1코인당 1달러에 페그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개발됐다. 그런데 지난 12일 코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전날엔 고점인 65달러까지 치솟았다. 미 프로농구단 댈러스 매버릭의 구단주인 마크 큐반이 이 코인을 매집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개발사 측은 아직까지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간 1달러 내외에서 가격이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코인이 큐반의 매집으로 갑자기 60달러대까지 치솟자 과매수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코인을 팔아치우기 시작하면서 가격을 끌어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일명 고래(대규모 투자자)들이 투매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투자자들이 지급불능 상황을 우려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뱅크런이 발생했다고 코인데스크는 진단했다.
가상자산 가격비교 사이트 파인드닷컴의 설립자 프레드 쉐베스타는 “타이탄 가격이 65달러까지 오른 뒤 60달러로 떨어졌는데, 이것의 고래들의 투매를 유발했다”며 “그야말로 소용돌이였다”고 전했다.
코인데스크는 큐반의 매입이 사태를 발생시킨 원인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큐반은 코인 가치가 증발하고 난 뒤 트위터를 통해 자신도 피해자라며 “규제 당국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적정가치보다 36% 낮아…싸게 살 드문 기회”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특화한 미국 투자회사인 판테라캐피탈을 이끄는 댄 모어헤드 최고경영자(CEO)가 “현재의 비트코인 가격은 적정가치에 비해 36%나 낮은 수준”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비트코인을 저가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추천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어헤드 CEO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트윗에 비트코인이 최근 11년 간의 추세선에서 하향 이탈된 차트를 업로드하면서 비트코인이 장기 추세보다 저평가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11년 간 지금의 수준 정도로 가격이 쌌던 것은 20.3% 정도에 불과했다”면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적정가치에 비해 36%나 낮게 형성돼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어헤드 CEO는 “시장이 장기추세보다도 낮게 형성돼 있는 시기는 해당 자산을 구매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라며 비트코인에 사려는 투자자들이나 새롭게 이 시장에 진입하기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사기에 가장 좋은 시점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판테라캐피탈에 따르면 현재 유통되고 있는 비트코인 가운데 10%는 적정가치보다 500% 이상 높을 때 거래됐고, 그 중 4%는 적정가치의 775% 이상인 시점에 거래됐다. 지금처럼 적정가치보다 낮은 시점에 신규 유입돼 매입한 비트코인은 39% 정도에 불과했다.
아울러 모어헤드 CEO는 판테라캐피탈이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함께 공유하면서 중국의 비트코인 금지에 대해 이전 2013년과 2017년의 조치와 비교하면서 “예전보다 본 적 있는 영화”라고 지적한 뒤 이 같은 조치 이후에 비트코인 가격이 오히려 상승했음을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