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정비업계와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의 예상 일반 분양가는 3.3㎡당 3942만~4224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인근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전용 84㎡)의 3월 실거래가 20억원과 비교해 약 70% 수준이다. 심지어 지난해 5월 분양한 흑석리버파크자이(흑석3구역)의 전용 84㎡의 분양가인 약 10억원과 비교해도 3억원 가량 높다.
흑석2구역의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가 아닌 고분양가심사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고분양가 심사 기준이 변경되면서 시세 반영률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 2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고분양가 심사 시 최근 분양한 인근 사업장의 분양가에 주택가격 변동률을 곱해 분양가를 책정한다. 다만 상한을 두기 위해 준공 후 20년이 지나지 않은 인근 아파트 단지를 골라 현 시세에 최대 90%까지 분양가를 매긴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는 시세의 85%다.
SH관계자는 “공공재개발은 민간 분양이지만 분양가 상한제에서 제외된다는 인센티브가 있다”며 “분양가 책정 시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참고하는데, 그 때는 인근 단지 시세가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흑석2구역의 분양가를 참고해 다른 공공재개발 사업지의 분양가도 가늠할 수 있다고 본다. 강북권 알짜 단지로 평가되는 장위 8·9구역도 공공재개발을 진행할 시 전용 84㎡의 일반 분양가가 약 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인근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장위1구역)의 시세는 약 13억원에 형성해있는데, 시세 반영율 70%를 계산해도 9억원이 넘는다.
다른 공공재개발 사업지인 성북1구역은 장위8·9구역보다 높은 분양가가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근 래미안센터피스아파트 전용 84㎡의 시세가 약 15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시세를 고려하면 대략 10억원의 분양가가 나올 수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흑석2구역의 시세 반영율을 고려했을 때 장위동과 성북동의 분양가도 가늠할 수 있다”며 “심지어 분양 시점의 시세가 더 올라갈 것을 감안하면 시장 예상치보다 더 높은 분양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다만 일각에서는 조합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한 분양가상한제 제외 카드가 오히려 분양 호응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9억원이 넘는 분양가에 대해서는 중도금 대출 등이 나오지 않아 사실상 현금이 없이는 분양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중저가 아파트를 매수해야겠다는 시그널로 받아들 일 여지가 있다”며 “공공재개발 등 주택공급으로 매수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정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분양가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지분적립형 모델’ 등도 공공재개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분적립형 모델은 분양가의 일부만 내고 20~30년간 나머지 분양가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공공분양에만 적용하는 사업으로, 민간분양 방식인 공공재개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SH공사 관계자는 “지분적립형은 민간 분양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흑석2구역의 분양가는 말 그대로 예상분양가일 뿐 추후 집값이 잡힐 경우 분양가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공공재개발을 통해 2028년까지 약 4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법적 용적률의 약 120%까지 보장하는 대신 기부채납을 늘려 임대주택 등을 제공한다. 흑석2구역의 경우 약 1324가구 가운데 조합원 분양분 300가구를 제외한 1024가구의 절반인 512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재개발임대 104가구 △소형임대 253가구 △수익형 전세 등으로 155가구가 공급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