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정부가 혁신기업을 육성을 위한 펀드 조성에 적극 나선 상황에서 대형 운용사에만 기회를 주는 관례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늘어난 유동성을 믿고 신생사를 선정하더라도 자금 매칭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보니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지난달 30일 올해 국내 사모투자 분야 PEF 위탁운용사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맥쿼리자산운용,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 등 총 5개 운용사를 선정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은 PEF 위탁 운용사들이 대형사들로만 꾸려졌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운용사들은 지난해부터 5000억~8000억원에 이르는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목표수익률만 제시한 뒤 투자금을 모으는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글랜우드PE·JKL파트너스가 각 8000억원, 스카이레이크가 7000억원, IMM인베스트먼트·맥쿼리자산운용이 각 6000억대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 중이다. 이번 PEF 위탁 운용사 선정으로 회사별로 800억~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펀드 조성이 한결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LP들의 대형사 중용(重用)은 이뿐만이 아니다. 총 2조5000억원 규모로 관심을 모았던 ‘혁신기업 성장지원펀드’(성장지원펀드) 운용사 선정에서도 스카이레이크와 JKL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벤처캐피털(VC)인 엘비인베스트먼트도 선정됐다.
이밖에도 성장지원펀드와 같은 달(4월) 발표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사모 대체분야 출자사업 위탁 운용사에도 국내 1위 PEF운용사인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스카이레이크와 스톤브릿지가 뽑히며 운용사당 각 500억원 출자를 확정했다.
시장 불확실…안정성 추구 흐름 이어질 것
시장에서는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오랜 경험과 투자 실력을 입증한 운용사에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 백억원에서 많게는 수 천억원의 자금을 맡기는 사업이다 보니 모험보다 안정을 우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기관 관계자는 “새 기회 부여 차원에서 설령 신생사를 발탁하더라도 자금 매칭에 어려움을 겪으며 펀드 클로징을 유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최근 코로나19 상황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모험을 하려는 기관들은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눈에 띄는 투자실적을 거둔 운용사들조차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생·독립계 운용사들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독립계 PEF 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기관 출자사업에서 계열사 출자확약서(LOC)를 일정 비율 인정해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시작부터 밀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부가 벤처기업이나 모험자본 육성을 위해 나서는 상황에서 운용사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독립계 운용사는 투자 조건이 까다로운 특수 목적 출자 사업에만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독립계나 대주주 자금지원이 없는 곳일수록 특수 목적펀드로 간다”며 “지자체가 출자하는 경우 대형사가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런 곳에 골라 참여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관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무작정 대형사를 우대하는 게 아니라 이들의 실력이나 전략이 더 많은 호응과 설득력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PEF들의 등장에 따른 업계 활성화를 우선시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주요기관들의 출자사업에 대형사 쏠림 현상은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