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정부가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제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전국 정수장 484곳을 긴급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관련 지자체나 기관과 협력해 사태의 원인을 신속히 조사하고 진행 상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라는 주문도 곁들였다.
수돗물에서 깔따구 새끼벌레가 흘러나온 사태가 지난 9일 처음 발생한 이후 열흘도 더 지났으니, ‘긴급 점검’이란 표현은 민망하다. 그동안 중앙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했고 지자체는 우왕좌왕했을 뿐이다. 당초 인천시는 이 유충들이 공촌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태 초기에 유충들이 집중적으로 발견된 서구·중구·강화군이 모두 이 정수장 관할이고, 여과지와 각 가정에서 발견된 유충이 같은 종류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평·계양구에 이어 서울, 부산, 경기, 충북 등에서 신고가 잇따르면서 이 분석은 쓸모없게 됐다. 인천시가 유충 발견 직후 쉬쉬하다 ‘유충 무해론’을 섣불리 언급한 것도 사태를 키운 요인이다.
반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숨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상황에서 물 마시는 것조차 힘들어진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부는 도대체 뭐 하고 있느냐”라는 힐난이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특히 인천 시민들의 경우 지난해 5월 이후 ‘붉은 수돗물’로 장기간 곤욕을 치른 데 이어 유충사태까지 겹치는 바람에 수돗물 불신이 극에 달했다. 젖먹이들 목욕에 수돗물 대신 생수를 쓴다는 얘기까지 들려올 정도다.
이번 수돗물 유충 사건은 가뜩이나 취약한 여름철 위생에 큰 경종을 울렸다. 사태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한다면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 못지않은 후폭풍이 우려된다. 정수장 일제 점검과 관계기관 협력 정도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속단해선 곤란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최정예 전문가들을 동원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인천에서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관할 정수장, 배수지, 수도관 등을 신속 점검하지 않고 중앙에서 지시가 내려온 다음에야 움직인 다른 지자체의 복지부동도 차제에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