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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28일 “1만여 개 사모펀드를 전수조사하는데 금융감독원이 다 하느냐, 판매사·수탁사 도움을 받느냐 고민하고 있다”면서 “특별한 조치(조치명령권)로써 이들과 일반사무관리사들이 펀드를 상호 검증할 수 있도록 (임시로) 허용해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16조를 보면 금융위원회는 투자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금융투자업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자 고유재산 운용부터 투자자 재산 보관·관리까지를 총망라하는 포괄적인 사항들이다. 다만 사후에 책임 소재를 두고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킬 수 있어서 금융위는 조치명령권 행사를 꺼려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모펀드 실태조사에서 의심스러운 지점이 발견되면 현장검사 착수와 동시에 일단 추가 펀드 설정을 제한하는데 조치명령권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당시에도 (자산동결 등) 조치명령권 발동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결국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접은 적 있다”면서 “이번에도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나온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치명령권은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한 영향도 있다. ‘칼은 휘두를 때보다 칼집 속에 있을 때 더 강한 것’과 같은 이치다.
지난 2015년 증권사들에 홍콩H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자제를 당부하면서 조치명령권 발동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전직 관료는 “과잉 대응이란 반발에 결국 조치명령권을 행사하는 대신 업계 자율규제를 마련했다”고 돌이켰다. 이후 금융위는 지난 2017년 조치명령권 활용도 제고를 자본시장 개혁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지만, 권한 남용이란 반대 논리에 또다시 부닥치면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을 시작으로 팝펀딩, 옵티머스자산운용에 이르는 자본시장 시스템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일각에서 ‘지금이 아니면 언제 조치명령권을 써야 하느냐’는 인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아는 바가 없다”거나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금융 당국은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52개 전문사모운용사의 1786개(22조7000억원 규모) 사모펀드를 전수조사했음에도 옵티머스자산운용발 추가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10년이 (걸리더)라도 좋으니까”라면서 1만282개(19일 기준)에 달하는 사모펀드 전수조사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르면 이번주 중 금감원과 협의를 마치고 사모펀드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