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조선시대 권력자들이 지배이념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건축물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문화유산이라 부르는 왕릉과 궁궐, 읍치와 성곽, 성균관과 향교, 서원과 사찰 등을 권력자의 ‘통치수단’이란 관점에서 해석한다. 거대한 건축물은 결국 지배층을 결집하고 계급 재생산을 꾀하던 체제 유지의 ‘보루’였다고 설명한다.
더 무서운 것은 그곳이 충실한 백성을 길러내던 교화의 마당이자 통치와 지배에 대한 동조·인정을 끌어내던 헤게모니 전략의 본거지였다는 점이다. 백성의 감정과 사고를 통제하던 ‘본진’이었다. 그렇다고 조선시대 건축의 미와 문화적 가치까지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20년 동안 방송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한 역사저술가인 저자는 “어쩌면 어두워 보일지 모를, 그 아픈 유산까지 보듬으려 했다”라고 말했다.
‘두 얼굴의 조선사’ ‘모멸의 조선사’ ‘조선에 반하다’를 잇는 ‘지배와 저항으로 보는 조선사 4부작’을 완성한 책이다. 미적·문화적 가치가 아닌, 정치적·사회적 관점으로 조선시대 건축물을 살펴봤다는 점에서 색다른 시각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