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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연극쟁이 출신으로 영화판을 거치면서 쌓은 노하우를 친정과도 같은 대학로에 돌아와 공연계에 쏟아 부었다. 차근차근 노력하다 보니 예술의전당 사장 자리까지 오게 되더라.”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유인택(64) 예술의전당 사장은 연극과 영화를 거쳐 공공극장 대표로 돌아오기까지의 지난 삶을 이렇게 돌아봤다. 그는 “예술의전당을 양질의 공연과 함께 공공성을 지닌 극장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 나의 소임이다”라고 말했다.
◇연극·영화 이어 공연계로
유 사장에게는 ‘문화 운동권’ ‘영화인’ 등의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공연계는 유 사장이 예술의전당 16대 사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이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예술의전당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국내 공연계를 대표하는 공공극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9일 취임 100일을 맞아 이데일리와 만난 유 사장은 자신이 ‘연극인’임을 강조했다. 유 사장은 서울대 약학대학 재학 당시 우연한 계기로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친구로부터 가을 정기공연에 출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유 사장은 “대학 교정에 전경들이 쫙 깔려 있어 숨 막히는 유신 시대에 만난 연극은 미치지 않고서는 정상적으로 살기 힘든 독재 시절의 ‘돌파구’와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80년대에는 시대에 저항하기 위한 표현의 수단으로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연우무대 등에서 활동하며 공연 기획자로 경험을 쌓았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활동 영역을 영화판으로 옮겼다. 당시 10%에 불과했던 한국영화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한국영화 생존 운동’에 뛰어들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등을 만들며 한국영화 대표 제작자 겸 투자자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영화가 산업화의 궤도에 올라선 2000년대 이후 공연계로 다시 돌아왔다. 청강문화산업대 뮤지컬스쿨 원장, 서울시뮤지컬단장을 거쳐 동양예술극장 극장장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유 사장은 “한국영화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친정인 대학로는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며 “나의 노하우를 공연계에서 펼치는 것이 마지막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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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강화 위한 재원확보 심혈
예술의전당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클래식·오페라’다. 예술의전당의 상징이 2200여 석 규모의 오페라극장이기 때문이다. 유 사장의 임명 소식에 공연계가 놀란 것은 그가 클래식·오페라보다 연극·뮤지컬과 더욱 가까운 인사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유 사장 취임 이후 예술의전당이 뮤지컬을 더 많이 공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쳤다.
그러나 유 사장은 예술의전당에서 3개월 간 일하며 이곳이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유 사장은 “예술의전당은 오페라극장 때문에 공연장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전시의 비중도 굉장히 높은, 미국 뉴욕 링컨센터와 같은 ‘종합아트센터’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임기 동안 자신이 할 일도 ‘공공성 강화’다. 그는 “예술의전당을 둘러싸고 ‘대관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공공아트센터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유 사장은 재원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기준 26.6%에 불과한 국고보조율을 임기 동안 50% 수준으로 늘리는 동시에 연회비 10만 원의 ‘골드회원’ 10만 명을 모아 민간 재원을 확보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골드회원’ 가입을 돕기 위한 카드 단말기를 구입해 사장실 앞에 비치했다. 1호 ‘골드카드’ 회원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유 사장은 “장관께서도 최근 문체부 업무보고에서 예술의전당 재원확보 방안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며 “앞으로도 회원을 꾸준히 확보해 예술의전당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젊은 예술인·시민에 더 문 열 것”
공공성 강화의 일환으로 공연장 리모델링과 자체 기획·제작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음악당 지하에 있는 리허설룸을 리모델링해 내년부터 젊은 연주자들을 위한 공연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매년 여름마다 뮤지컬에 대관 기회를 제공했던 오페라극장은 내년 예술의전당이 자체 기획·제작한 오페라·발레 공연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유 사장은 “양질의 공연을 선보인다는 예술의전당의 기본 방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여기에 젊은 예술인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보다 많은 관객이 찾을 수 있도록 해 공공성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술전시에도 힘을 쏟는다. 오는 26일부터 예술의전당 내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영화 포스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원래 대관이 예정돼 있던 전시가 취소되자 전시실을 놀게 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 유 사장이 추진한 전시다. ‘영화인’으로서의 입김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올 법 하다. 그러나 유 사장은 “결과로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민중예술로 시작해 반재벌의 이미지가 있지만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의 ‘해보기나 했어?’라는 말을 좋아한다. 연극에 있을 때도 영화를 할 때도 늘 결과로 보여주고자 했다. 일단 해보는 것, 그것이 내 예술인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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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1955년생 △서울 경복고 △서울대 약학대학 제약학과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뮤지컬전공 석사 △연우무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사업국장 △기획시대 대표 △아시아문화기술투자 대표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한국문화산업포럼 공동대표 △청강문화산업대 뮤지컬스쿨 원장 △군장대 뮤지컬방송연기계열 기획&석좌교수 △서울시뮤지컬단 17대 단장 △동양대 예술대 산학중점교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동양예술극장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