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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쿠팡, 크래프톤(구 블루홀), 옐로모바일, 우아한형제들, L&P코스메틱, 비바리퍼블리카.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한국의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는 신생 벤처) 6곳이다. ‘제2의 벤처 붐’을 통해 수년 내 20개까지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그런데 최근 산업은행의 분석 결과 한국의 벤처 생태계가 투자 실적은 급증하는데 반해 회수 여건은 나빠지는 걸로 파악돼 관심이 모아진다.
2일 이데일리가 산업은행의 KDB벤처지수를 살펴보니 지난해 11월 254.9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 들어 240대로 다소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첫 선을 보인 산은 KDB벤처지수는 국내 벤처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 자금시장 환경이 벤처기업 창업과 성장에 얼마나 우호적인지를 지수화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첫 지수화 시도다. 벤처 투자 대상이 대부분 비상장이기 때문에 성과 평가 투명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
KDB벤처지수의 기준점은 2008년 1월(100)이다. 최근 250 안팎의 수치는 10여년 전보다 벤처 투자 환경이 2.5배 향상됐다는 의미다. 6곳의 유니콘이 그 방증이다.
다만 우려도 나온다. KDB벤처지수는 △투자실적지수 △투자재원지수 △회수여건지수 등으로 나뉘는데, 지난해 이후 회수여건지수가 유독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회수여건지수는 157.3으로 전년 동기(204.3) 대비 23% 급락했다. 올해 1월과 2월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8%, 26.7% 떨어졌다. 올해 1월 이후 월 투자실적지수 증가율이 각각 26.4%, 25.2%, 24.0%로 쑥쑥 커가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기류다.
산은 산업기술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신규 상장이 활발해질수록 벤처기업의 성공적인 회수를 위한 시장 여건이 개선된다고 볼 수 있다”며 “최근 회수여건지수가 떨어진 것은 신규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업→성장→회수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 중 한 쪽에 문제가 생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력 제조업 경쟁력이 낮아진 와중에 신생 스타트업 환경도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산은이 KDB벤처지수의 자체 브랜드화에 나선 것도 주목된다. 산은은 지난해 8월 벤처 투자 마중물을 자처하며 이 지수를 내놓았고, 최근에는 특허청에 상표권 출원을 마쳤다. 산은 관계자는 “KDB벤처지수는 벤처 생태계 육성을 위한 기초자료 혹은 정책 수립을 위한 참고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산은 내부가 기업 구조조정이 아니라 혁신성장 지원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건 이동걸 회장의 ‘기업 세대교체론’ 의지 때문이다. 산은 본점에서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를 떼어냈을 정도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번달 출범을 목표로 동여의도 사무실 이전 준비에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