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팁] '쇼핑+미식 +예술 +자연'…홍콩 몰링은 여행 그 자체

강경록 기자I 2019.05.04 06:00:00
오션터미널 데크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모든 사람의 주머니 속에 휴대폰이라는 작은 컴퓨터가 들어 있고 전 세계가 순식간에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21세기, ‘득템’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 쉬운 일이 되었다. 클릭 몇 번이면 지구 반대편의 물건도 현관 앞에 배달된다. 글로벌 시대의 몰은 쇼핑의 현장에서 더욱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공간으로 진화해야 했다. 몰의 도시 홍콩은 그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홍콩의 쇼핑몰은 도시에서 가장 트렌디한 레스토랑의 집합지이자 로컬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장이다. 도심의 가장 중요한 지역들에 위치한 덕에 여행의 즐거움을 실컷 누릴 수 있는 허브가 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몰링은 여행의 일부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를 대체하는 경험이 된다. 맛있는 딤섬을 먹고, 세계적 예술가의 작품 앞에서 셀카를 찍고, 국내에서는 생소한 디자이너의 제품을 직접 입어본다. 아침부터 밤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즐거움, 이제 몰링하러 홍콩 가자.

캔톤로드


◇눈과 입이 즐거운 ‘하버시티’

면적은 18만5000㎡. 오션터미널, 오션센터·마르코폴로 호텔 아케이드·게이트웨이 아케이드까지 총 4개의 빌딩에 빼곡하게 들어선 숍이 총 700여 개. 하버시티라는 거대한 대양에는 우리가 원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모여 있다. 패션 명품부터 라이프스타일 소품까지 국내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운 브랜드들을 망라한 레인 크로포드 백화점은 멋쟁이들의 아지트고, 저렴한 가격으로 ‘득템’ 수 있는 중저가 브랜드들도 다채롭게 포진해 있다. 한편 최근 문을 연 피규어 매장 핫토이는 히어로 무비 팬들에게 행복한 공간이다. 등신대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피겨가 발길을 반기고, 실물처럼 정교한 마블 캐릭터 피겨가 매장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막 <엔드게임>을 관람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팬이라면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엔 쇼핑 이외의 즐거움도 포함된다. 이제 맛있는 음식은 몰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됐다. 하버시티에는 100곳이 넘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입점해 있다.그중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공간들은 지난해 완공된 오션 터미널 데크에 모여 있다. 이곳에는 11곳의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데, 그중 가장 인기 높은 곳은 컨템포러리 광둥 요리를 선보이는 헥사(Hexa)다. 파스타로 만든 중국식 볶음밥, 반죽에 숯을 넣은 딤섬 등 기발하고 모던한 요리들을 맛본 후, 세계적 건축 스튜디오 포스터 앤 파트너스가 디자인한 전망대로 느긋하게 향해보자.

오션 터미널이라는 이름은 홍콩섬과 주룽반도를 잇는 스타페리 터미널로부터 비롯했다. 이름으로부터 예상할 수 있듯, 오션 터미널 데크에서는 빅토리아 하버의 푸르른 파도와 그 너머 센트럴의 경이로운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홍콩 최고의 전망 포인트 중 하나라 단언할 수 있는 이곳에서 가장 멋진 시간대는 역시 저녁이다. 바다를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석양 아래, 데크에 앉아 호사로운 망중한을 즐겨보자. 하버시티 몰 내의 프리미엄 슈퍼마켓 시티수퍼에서 노택스로 저렴하게 세계의 와인과 맥주를 한 병 사 치즈와 친구와 함께 숙소에서 즐겨봐도 좋으리라. 해가 진 이후의 선택은 자유다. 하버시티로 돌아와 몰링을 좀 더 즐겨도 좋고, 그대로 스타페리에 올라 센트럴에서 칵테일 바를 순회해봐도 좋다. 그러나 어디에서 어떤 밤을 보내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비슷할 것이다. 내일 다시 하버시티에 가봐야겠다. 이 거대하고 즐거운 몰에서 하루는 짧기만 하다.


◇ 라이프스타일과 예술의 행복한 만남, K11

K11은 ‘아트 컨셉트 몰’을 표방하는 공간이다. 홍콩 예술계의 셀레브리티 애드리언 챙이 설립한 쇼핑몰인데, 예술재단 K11 아트 파운데이션의 계열사로도 유명하다. 쇼핑몰과 예술이 맺는 관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기업이 소유한 예술 작품을 쇼핑몰 내에 전시하는 것이 대표적일 것이다. K11은 그보다 더욱 깊이 있고 본격적으로 예술에 접근한다. 젊고 촉망받는 홍콩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쇼핑몰 곳곳에 일관된 주제의 작품을 설치하는 것. 꾸준한 기획 전시를 통해, K11은 뻔한 문화 마케팅이 아닌 갤러리에 필적하는 예술 공간으로 발돋움하는 셈이다.

몰에서 운영하는 문화 행사 또한 남다르다. 공원처럼 꾸며놓은 몰 입구의 야외공간 K11 피아자에서는 한 달에 6~7회 정도 재즈 및 인디 록 공연과 예술 영화 상영회가 열린다. 웹사이트를 통해 미리 좌석을 신청하면, 쇼핑뿐 아니라 국내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음악과 영상도 즐길 수 있다.

11은 몰 본연의 기능인 ‘쇼핑’에도 예술적 감흥을 불어넣었다. 총 7층에 달하는 쇼핑몰 내에는 다양한 국제적 브랜드의 숍이 입점해 있지만, 이곳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건 K11의 큐레이션을 거친 자체 편집숍들이다. 2층에 위치한 K11 디자인 스토어의 셀렉션은 웬만한 디자인 뮤지엄을 능가하는 안목을 뽐낸다. 지구본부터 조명, 문구,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디자인 대회에서 막 수상했거나 지금 떠오르고 있는 동시대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솜씨 좋게 큐레이팅하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제품을 골고루 갖췄다. 홍콩의 지역색이 물씬 풍기는 레트로 디자인도 풍성하게 구비해, 독특하고 감각적인 기념품을 사고 싶어 하는 여행자들에게 최적의 선택지다.

‘내추럴’이라는 또 다른 키워드를 내세운 슈퍼마켓 ‘넥스트 도어(Next Door)’ 또한 흥미로운 공간이다. 홍콩 셰프들과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현지에서 재배된 유기농 식재료들을 큐레이팅해 소개한다. K11은 예술과 장인정신, 자연주의를 멋진 감각으로 선보이는 몰이다. 지금 이 순간 홍콩의 ‘힙’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경험하고 소비하기에 이보다 멋진 선택지는 드물 것이다.

PP몰 전경
IFC몰 전경


◇눈부신 야경을 만날 수 있는 ‘퍼시픽 플레이스’

애드미럴티는 홍콩에서 가장 여유롭고 호사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지역들 가운데 하나다. 홍콩을 대표하는 최고급 주상 복합 빌딩 퍼시픽 플레이스의 존재감 덕분인데, 아일랜드 샹그릴라, J.W.매리어트, 콘래드 등 특급 호텔 세 곳과 연결되는 한편 빌딩의 눈높이에 걸맞은 동명의 럭셔리 쇼핑몰 또한 입주해 있다. 홍콩섬은 어느 거리에서나 명품 매장 하나쯤은 마주칠 수 있는 곳이지만, 퍼시픽 플레이스 몰만큼 한가롭고 쾌적하게 명품 쇼핑을 즐길 기회는 드물다. 숍 각각의 규모는 컸지만 단체 관광객들의 방문이 적어 유동인구의 밀도가 낮기 때문. 덕분에 몰 곳곳의 음식점에서도 한가롭게 맛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현대적인 딤섬을 선보이며 홍콩 트렌드세터의 마음을 사로잡은 딤섬 라이브러리에서 매콤한 마라 소룡포를 맛본 후, 짐 람비나 폴드하우스 등 전 세계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를 정기적으로 초대하는 PP 아트(PP ART) 전시를 둘러보며 인스타그램 인생컷 한 장을 남기는 것도 좋겠다. 퍼시픽 플레이스의 큰 매력들 가운데 하나는 홍콩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공원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홍콩 공원(Hong Kong Park)은 열대 우림의 이국적 매력과 청량한 공기, 식민지 시절의 고전 건축을 품고 있으며, 중국은행과 리포 센터 등 센트럴의 마천루들에 둘러싸인 덕분에 도시에서 가장 훌륭한 전망대 중 하나기도 하다. 퍼시픽 플레이스에서 느긋하게 쇼핑을 마친 후 해가 저물 무렵 공원행 에스컬레이터에 올라보자. 눈부신 야경이 발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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