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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현규 김보겸 기자]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판결 후 사회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법 개정 전까지 낙태(임신중단)는 불법이지만 산부인과에는 벌써부터 낙태 문의가 쇄도하고 있고 임신중절약을 찾는 여성도 늘어나고 있다. 조속한 낙태법 개정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음지에서 거래되는 미프진 관심↑…전문의 “처방 없는 복용은 부작용 불러”
지난 11일 헌재의 낙태죄 위헌 판결 이후 웹사이트인 미프진 코리아에 올라온 사후 피임약인 미프진 관련 게시글은 한 주전에 비해 일주일간 30개 이상 늘었다. 낙태죄 위헌 판결에 따라 임신 중절약 사용에 대한 여성들의 부담이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프진 피임약을 구매한 적 있다는 윤지원(24·가명)씨는 “낙태죄 위헌 판결 전에는 어쩔 수 없이 약을 구매하면서도 찝찝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낙태죄 위헌 판결 이후 낙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부담이 조금이나마 덜해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낙태죄 관련 법 개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미프진 사용은 여전히 불법이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오는 2020년 말까지 관련 법 개정을 명령했을 뿐 법 개정 움직임은 더딘 상황이다.
여전히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태아의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 등을 제외하고 낙태는 불법이다. 이를 어길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낙태죄 위헌 판결 이후 임신 중절약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낙태약이 음지에서만 거래되고 있는 이유다.
의료계는 의사의 처방 없이 불법으로 거래되는 미프진의 사용은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산부인과 전문의는 “합법적으로 임신 중절약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미프진의 사용은 여성의 나이·질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신 중절약을 임의로 먹고 부작용이 생겨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며 “법 개정 전까지 지속적으로 나타날 문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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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낙태 문의에 곤란한 산부인과…“혼란 최소화 할 방안 마련 시급”
산부인과에 낙태 관련 문의도 늘었다. 인천의 A산부인과는 지난 29일 기준 1주간의 낙태 수술 예약이 꽉 찼다. A산부인과 관계자는 “최근 들어 낙태 관련해 환자들의 전화가 계속 온다”며 “일주일간 낙태 수술 예약이 다 찬 것은 흔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음지에서만 이뤄지던 낙태 수술이 이제는 조금이나마 양지로 올라온 것 같다”며 덧붙였다. 실제 보건복지부도 낙태죄 위헌 판결에 따라 낙태 수술 시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처분을 낙태 관련 법이 개정될 때까지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낙태 수술로 인한 의사의 처벌을 유예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개인 신념 등을 이유로 낙태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곤란한 상황이다. 낙태가 아직 합법이 아닌 상황이지만 환자들의 낙태 요구가 워낙 거세다 보니 이를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위헌 판결이 나온 다음 날인 지난 12일 올라온 국민청원 ‘낙태 합법화, 이젠 저는 의사를 그만둬야하는 것인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산부인과 의사라고 밝힌 글쓴이는 “낙태를 찬성하는 분들의 의견이 어떤 것인지도 잘 알고 있으며 그분들의 의견도 존중한다”면서도 “낙태 수술을 원하지 않는 의사에게 진료 거부권이 반드시 같이 주어지기를 청원한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 협회도 낙태죄 위헌 판결 이후 의사의 수술 거부권을 보장해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경기도의 산부인과 전문의 B씨는 “아직 낙태가 합헌은 아닌 상황에서 쏟아지는 낙태 문의를 어떻게 거절할지가 고민”이라며 “별다른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혼란한 것은 의사들도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프진·낙태 수술 거부 등의 혼란이 불가피하게 발생했다”며 “입법 당국은 애초 낙태죄 폐지의 목적에 맞춰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