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한반도 평화·번영 위한 '新북방정책'

김관용 기자I 2018.05.01 06:30:00
[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참여와 은둔의 지도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선언, 2년 3개월 만의 대북확성기 중단,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한반도 안보 지형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신(新)경제지도’의 실현 가능성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5대 국정목표와 100대 국정과제가 선정됐는데, 이 중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에는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구상했던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정책으로 구체화됐다. 실천 방안으로 동북아의 지정학적인 긴장과 경쟁구도를 타파하고, 남북한 및 동북아 경협의 활성화, 지속가능한 평화정착과 환경조성,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 확보 등을 위한 ‘신북방정책’이 제시됐다. 우리의 신북방정책은 중국의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러시아의 ‘신(新)동방정책’, 몽골의 ‘초원의 길 이니셔티브’ 등 주변 국가들의 경제·외교·안보협력 정책과 상호 연계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앞두고 신북방정책은 어떤 성과를 달성했을까. 우선, 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은 신북방정책 컨트롤타워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북방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신설하고 송영길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북방위에는 기획재정부·외교부·통일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민간 전문가 등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어 같은해 9월 초 문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3차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의 극동지역은 한·중·러 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협력을 유도해내고 동북아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지정학적 핵심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유라시아와 북극지역과의 경제협력 활성화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아르메니아·키르기스스탄 5개국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조선·항만·북극항로·가스·철도·전력·일자리·농업·수산 등 ‘9-브릿지(9-Bridge·9개 다리)’ 사업 추진을 기반으로 하는 신북방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계속해서 지난 3월 초 송영길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트루트네프 부총리, 갈루시카 극동개발부장관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제1차 한러 협의회 및 제2차 한국 투자자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여기서 한국과 러시아는 9-브릿지 협력사업 지원, 사업 점검 및 신규 사업 발굴 등을 위한 분과회의 운영, 매년 2차례 정례 협의회 개최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또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송 위원장은 신북방정책의 국제협력 확대 방안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활용한 재원 마련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다. 진뤼친 AIIB 총재와의 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남북철도 및 가스관 연결 등 경협사업에 대한 AIIB의 참여 가능성을 타진했다. 또 중국의 일대일로와의 연계 방안으로 북극항로 공동개척과 몽골 고비사막에서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를 한·중을 거쳐 일본을 잇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협력 등을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은 여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북 3성과 연해주 및 북·중·러 접경지역에 대한 인프라 공동개발 수요가 높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큰 틀에서 지난 1년 동안 송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북방위는 신북방정책의 전략과 실행방안 등을 담은 ‘북방경제협력 로드맵’의 완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향후 정부와 북방위는 신북방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몇 가지 중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중·일 등 주변국들의 대러시아 외교안보 정책을 좀 더 예의주시해야한다.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총회 연설에서 ‘대(大)유라시아’를 역설했다. 그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 중국, 인도, 파키스탄, 독립국가연합(CIS) 및 여러 국가들에게 대유라시아 협력 동반자 관계 조성을 제안했다. 중국은 성공적인 일대일로 추진을 위해 유라시아 지역에서의 러시아와 연계를 포함해 1996년 출범한 상하이협력기구(SCO)와의 다양한 협력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와 러·일 간 미해결 북방영토(남쿠릴 4개섬) 분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일본의 아베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3차례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관계 증진을 꾀했다. 그 결과 일본은 러시아와의 경협을 확대하기 위해 통상담당 러시아 장관직을 새로 신설했고, 새로운 프로젝트 추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기로 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1990년 9월 30일 수교 이후 다양한 관계를 모색해왔지만 대외무역에서 러시아 비중은 1~2% 수준으로 상당히 저조하다. 양국 간 에너지와 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와 교역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 3월 76.69%의 높은 득표율로 2024년까지 6년 임기의 재집권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오는 6월 한·러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이 자리는 양국 간 실질적인 관계를 모색하고 전략적 동반자관계의 내실화를 꾀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돼야 한다. 앞서 언급한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의 FTA 체결, 4차 핵실험 이후 중단된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조속한 재개, 한·러 정상회담 정례화, 정상 및 외무장관의 2+2 회담의 정례화, 공공외교, 방산·국방교류 협력 확대 등 전략대화(1.5트랙)에 대한 실천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부는 향후 신북방정책의 성과 달성과 지속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을 위해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을 재인식하고 ‘북방협력 3.0’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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