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2018코리아그랜드세일'…떠들썩한 정부vs시큰둥한 유통업계

박성의 기자I 2018.01.20 07:00:00

18일부터 42일 간 쇼핑관광축제 시작
정부, "평창 동계올림픽 호재, 세계적 축제로 키울 것"
여전한 ''사드 보복'' 여파 탓 유통업계 ''기대 無''
춘제 기간 ''유커'' 대신 ''싼커'' 공략에 ''올인&apos...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관(官) 주도 행사에 사실 별 기대가 없어요.”

18일 개막한 ‘2018 코리아그랜드 세일’이 매출 증대에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 국내 대형 백화점 한 관계자는 “한·중 관계가 예전만 못하지 않느냐”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현지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에 이번 쇼핑 축제 역시 흥행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다음달 9일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맞물려 흥행몰이에 성공할 것이란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쇼핑관광축제인 ‘코리아그랜드세일’이 개막했다. (사진=한국방문위원회)
◇ 정부 주도 쇼핑축제…백화점 등 유통업계, “참가는 하지만…”

대규모 쇼핑문화관광축제 ‘2018 코리아그랜드세일’이 개막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방문위원회(방문위)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쇼핑을 매개로 한국의 다양한 문화와 관광콘텐츠를 제공해 외국인 방한을 촉진하기 위해 기획했다. 다음달 28일까지 총 42일간 이어지는 이번 행사에는 항공, 숙박, 쇼핑, 뷰티, 식음료,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700여개 기업, 5만 2000여개 매장이 참여한다.

정부는 이번 행사에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살거리·먹거리를 대거 선봬 ‘글로벌 명품 축제’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경아 방문위 사무국장은 “이번 코리아그랜드세일 기간 중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방한 외국인 손님을 환대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유관기관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코리아그랜드세일을 적극 알리겠다”고 말했다.

행사 기간에 맞춰 유통업계도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에 나섰다.

우선 롯데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 중 행사 리플릿을 소지한 고객에게 구매 금액의 5%에 해당하는 롯데상품권을 증정한다. 또 1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교통카드(1만원 상당)을 제공하고 다음달 9일 코리아그랜드세일 쿠폰을 소지한 외국인 고객 300명 중 추첨을 통해 선불카드 1만원권을 증정한다.

또 중국 최대 카드사인 은련카드와 함께 다음달 8일부터 28일까지 ‘롯데백화점×은련카드 춘제 K-beauty 럭키박스 이벤트’를 진행한다. 은련카드로 10만원 이상의 화장품을 구매하면 롯데상품권 1만원권과 함께 화장품 브랜드 샘플 15종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은 행사 기간 동안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신촌점·판교점·디큐브시티 등 5곳과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가산점에서 할인 행사를 실시한다.

중국인 선호 브랜드 200여개를 최대 40% 할인하고, 은련카드와 업무 제휴를 통해 상시 5% 할인 혜택 및 5% 마일리지 적립 행사를 진행한다. 다음달 2일부터 28일까지 화장품 10만원 이상 구매 중국인을 대상으로 1만원 상품권과 10여종의 화장품 샘플이 들어가 있는 ‘H박스’도 증정한다.

신세계백화점은 2월말까지 은련카드로 5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금액의 5~10%를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행사를 연다. 본점에서는 20만원 이상 구매 시 디저트 교환권 1만원권을, 200만원 이상 구매하면 △라운지 이용 △퍼스널 쇼퍼 서비스 △상품권 증정 등 VIP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쇼핑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 ‘춘제’ 가로막는 사드에…‘유커’ 대신 ‘싼커’ 공략

유통업계에서는 코리아그랜드세일 기간과 중국의 최대 명절 춘제(春節·2월 15일~21일)가 맞물린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춘절은 매년 음력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중화권 최대의 새해맞이 명절로 한국의 설에 해당한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춘제(1월 20일~29일) 기간 중국인 매출 규모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78%나 늘었다. 지난 2016년 강남점 리뉴얼 오픈, 본점 면세점 오픈 공사 여파로 매장을 축소 운영한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춘제 수혜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중국인 매출 규모가 59% 늘었고, 롯데백화점도 16.5% 매출이 증가했다.

그러나 백화점업계는 작년 코리아그랜드세일이 중국 정부의 ‘유커’(游客·단체 관광객) 축소 조치가 본격화 하기 전에 열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작년 3월부터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가 노골화 한 이후로 아직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 탓에 업계에서는 “한·중 관계 개선 없이는 대대적인 할인 행사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실제 중국 대형 온라인 여행사 투뉴(途牛)가 최근 발간한 ‘2018년 춘제 황금연휴 여행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관심 여행지 1위였던 한국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코리아그랜드세일이 아직 세계적인 쇼핑축제는 아니어서 유통업체 입장에선 큰 의미가 없다”며 “춘제 기간을 더 주목하는데 (사드 여파로) 분위기가 좋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금한령이 조금씩 풀려가는 상황이라 ‘싼커’(散客·개별 관광객)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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