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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로앤마로 지갑을 구매했다는 대학생 박예린씨는 “한 파워블로거가 올린 팝업스토어 행사 소식을 보고 방문하게 됐다”며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살 수 없는 물건이라 생각하니 상품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더라”고 말했다.
◇ 아이돌 굿즈부터 가전까지…다양해진 ‘팝업 라인업’
‘팝업스토어(POP-UP STORE)’가 백화점업계 핵심 마케팅으로 부상하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애 잠깐 운영하는 상점을 일컫는다. 일종의 임시매장인 셈인데, 입소문 마케팅에 유리하고 브랜드의 특징을 자세히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상품구색을 중소기업 상품을 넘어 유명 캐릭터 및 아이돌 ‘굿즈(기획상품)’, IT 상품까지 확대하면서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는 모양새다.
팝업스토어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2년 6월 본점 2층에 팝업스토어 공간인 ‘더 웨이브(The Wave)’를 열었다. 52㎡(약 16평) 규모로 1~2주마다 새로운 브랜드가 릴레이 형식으로 매장을 채우는 방식이다. 중소기업 뿐 아니라 유니클로 같은 대형 SPA(제조·유통 일괄형)브랜드도 이곳에서 임시매장을 열었다. ‘더 웨이브’에서 행사를 진행한 브랜드의 절반 이상이 기존 목표치보다 매출액을 초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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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특설매장에서는 의류, 구두, 핸드백 등 기본적인 상품을 팔고 팝업스토어에선 연예인 협업 상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해진 브랜드 등 트렌디한 상품을 소개하는 식으로 판매창구를 이원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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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관이나 백화점 입점만을 고집하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도 팝업스토어 개설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독일 명품 프리미엄 AV(홈시어터를 구성하는 관련기기) 브랜드 ‘로에베(LOEWE.)’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팝업스토어를 꾸리기도 했다.
◇ 경기 불황·빨라진 트렌드 변화, ‘팝업 스토어’ 붐 이끌어
팝업스토어가 최근 들어 활기를 띄는 이유는 소비침체가 장기화하며 경기가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사업의 성공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워진 탓에, 판매·제조사로서는 임대료 없이 한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백화점은 자투리 공간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도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어, 양측 모두에 유리한 셈이다.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브랜드는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 전 실험을 목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한다. 실제 샤넬은 지하에서 점포를 운영했을 경우, 소비자들의 집객 효과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파미에스트리트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팝업 행사에서 20~30대의 고객이 많이 몰리는 것을 확인한 뒤 샤넬은 지하 1층 파미에스트리트에 신규 매장을 열기로 최종 결정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시장이 불황이라 신규 브랜드가 수 년 간의 임대계약을 맺고 백화점에 입점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트렌드 변화속도가 빨라 팝업스토어를 통한 실험이 절실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소비자로서도 다양한 브랜드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백화점은 집객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팝업스토어는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