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장은 현대사회에서 도시가 가지는 의미와 성숙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조건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으로 ‘도시의 승리’외에도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우리는 왜 비싼 곳에서 비좁게 살까’, ‘개인주의자 선언’을 꼽았다.
권 원장은 ‘도시의 승리’라는 책을 통해 도시가 인류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와 ‘우리는 왜 비싼 곳에서 비좁게 살까’라는 책은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지만 구성원들이 결국 행복하고 성숙한 도시로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개인주의자 선언’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반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추천했다.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찰스 몽고메리 저)
이 책은 콜롬비아 보고타시의 시장 페냘로사의 실험으로 서문을 연다. 페냘로사는 보고타 시민들을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그는 시민들이 존엄성을 보호받고 풍요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도시를 설계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보고타시가 야심 차게 추진한 고속도로 확장 계획을 철회하고 시 예산을 자전거도로, 보행광장, 도서관, 학교, 보육소 건설에 투입한다. 자동차를 위한 도시가 아닌 사람을 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이 작업이 3년째에 진입한 날 페냘로사는 ‘자동차 없는 날’(Dia Sin Carro)을 실험했다. 이날은 4년 만에 처음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한 사람도 없는 날이 됐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3분의 1로 줄었고 사람들은 제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통학했다.
권 원장은 “길거리에 사람이 걸어 다니지 않으면 그 공간은 소비도, 교류도 일어나지 않는 죽은 공간이 된다”며 “이제 8차선 도로를 만들기보다는 사람들 간의 접점을 만드는 살아있는 도시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왜 우리는 비싼 땅에서 비좁게 살까(김정호 저)
이 책은 우리가 비싼 땅에서 비좁게 사는 것은 우리가 개발할 수 있는 땅을 내버려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농지나 임야 등을 주택 등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바꿔 수요가 채워질 때까지 공급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비싼 집값은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란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권 원장은 땅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높이기 위해 용도용적제(zoning)를 다시 한번 들여다볼 때가 됐다고 말한다. 땅이라는 것은 컴퓨터로 따지면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기 위한 하드웨어 같은 것인데 기술 발전으로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넓어졌지만, 우리는 용도용적제를 너무 엄격하게 적용해 소프트웨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인주의자 선언(문유석 저)
이 책의 저자 문유석 판사는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만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며 자신의 개인주의자적인 성향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는 이기주의나 고립주의와는 다르다. 남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는 기본적인 삶의 태도다. 권 원장은 “내가 모른다고 그것이 가치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조금만 자신을 희생하면 더 큰 공동의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성숙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일독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