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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모토 소니코리아 대표 "소니의 힘은 한국보다 앞선 아날로그기술"

양희동 기자I 2017.07.19 06:00:00

2015년 2월 취임 이후 미러리스 시장 1위 지켜내
아날로그기술 경쟁력 갖춘 카메라와 오디오 집중
디지털 패러다임 '美→日→韓→中' 흐름은 불가피
한국도 디지털에 더해 고유의 아날로그기술 가져야

모리모토 오사무 소니코리아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IFC 24층 본사 사무실에서 소니의 최신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인 ‘a9’을 들어보이고 있다. [소니코리아 제공]
[이데일리 양희동 성세희 기자] 소니코리아㈜ 본사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제금융센터(IFC) 23·24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약 200명의 소니코리아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이 곳은 대형 커튼월(외벽 역할을 하는 칸막이 창)로 탁 트인 시야 덕분에 한강과 국회의사당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IT 스타트업을 연상시키는 자유로운 내부 공간 구성과 함께 가장 전망 좋은 위치엔 직원들을 위한 회의 공간과 휴게실이 자리했다.

지난 17일 오후 만난 모리모토 오사무(森本 修·59) 소니코리아 사장의 사무실은 약 20㎡(6평) 크기로 한 회사 대표의 집무 공간이라고 하기엔 좁고 소박했다. 유럽과 홍콩, 싱가포르 등 전 세계를 돌며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모리모토 사장의 실용적 성향이 그의 공간에 그대로 묻어났다. 지난 2015년 2월 대표로 취임한 그는 한국시장에서 렌즈 교환식 미러리스(몸체 속에 거울이 없는 카메라)와 렌즈 일체형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부문 점유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모리모토 사장은 소니의 경쟁력이 디지털 시대에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축적된 ‘아날로그기술’을 바탕으로 한 카메라와 오디오 등 프리미엄 제품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니는 과거 세계 전자업계를 이끌던 거대 기업의 방식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제품이 특화된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한국은 다른 지역보다도 프리미엄에 더 특화된 시장이라 우리의 전략과 잘 맞는 곳”이라고 말했다.

소니는 한국에서 프리미엄 카메라시장 공략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미러리스는 소니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제품이다.

모리모토 사장은 “전체 카메라 시장 규모는 줄고 있만 프리미엄 시장은 여전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프리미엄시장에선 소니가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기존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이 아닌 새로운 ‘전쟁터’로 미러리스를 선택했고, 그 결과 한국 시장에서 6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고 답했다.

모리모토 사장은 프리미엄 카메라 부문에선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했다.

그는 “수량적으로는 한국 카메라시장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지 않지만 고객들의 특성상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분야를 봐도 프리미엄 제품은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모리모토 사장은 가전 분야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제품군인 TV에 대해서는 한국 시장 재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소니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CES 2017’에서 ‘브라비아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선보이는 등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소니는 4년 전인 2013년 한국 TV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고 이후 방침에 변화가 없다”며 “TV는 판매 후 A/S 나 최소 물량 확보 등 고려할 사안이 많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모리모토 사장은 복제가 쉬운 디지털시대엔 오히려 누구도 베낄 수 없는 아날로그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일본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평정했다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과정을 통해 한국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필요가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1981년 소니에 반도체 연구개발(R&D)직으로 입사한 이후 반도체 영업과 마케팅 등 관련 업무를 20년 가까이 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디지털시대 이후 반도체 분야도 수많은 아시아 기업들이 손쉽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자본력에 따라 서구에서 일본으로 다시 한국, 중국으로 패러다임이 넘어가는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며 “소니가 삼성전자도 뛰어든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은 우리 제품이 50년의 역사를 지닌 아날로그기술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인의 빠른 일 처리 속도는 강점이자 경쟁력”이라며 “한국이 중국에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선 압도적 디지털기술과 함께 고유의 아날로그기술도 겸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모리모토 오사무 사장은?

△1958년 9월 일본 도쿄 출생 △1981년 와세다대 전기공학과 졸업 △1981년 소니 입사(반도체 R&D)부문 △1996년 소니 홍콩 반도체 영업· 마케팅 부장 △2007년 소니 유럽 S&E 솔루션 부사장 △2011년 소니 디바이스 솔루션 영업·마케팅 본부장 △2015년 소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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