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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잠원 한강공원에서 만난 박모(58)씨는 “평소 기관지가 안 좋은 편인데 봄철 황사에 미세먼지까지 더해지면서 건강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이 26도까지 오르며 초여름 날씨를 보였지만 박씨뿐만 아니라 한강공원에 나온 시민들은 대부분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 채 산책을 즐겼다. 자전거를 타다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서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중국발 스모그와 황사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치솟으면서 시민들이 야외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 아이 등 기관지 불편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건강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봄철 ‘필수 아이템’으로 황사 마스크를 찾는 시민들로 매출은 껑충 뛰는 반면 축제의 계절을 맞아 예정된 야외 행사들은 줄줄이 축소되거나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미세먼지 탓 환자들 급증…평일에도 병원 북새통
올 들어 최악의 ‘미세먼지 테러’가 이어지면서 병원에는 기관지 관련 치료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D이비인후과 관계자는 “이번 주 들어 기관지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평소보다 배 이상 늘었다”며 “예약을 하지 않으면 진료를 받는데 최소 30~40분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환자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은 직장인 이모(28·여)씨는 “지난 주말 강원도로 여행을 갔는데 코가 따갑고 먼지 냄새가 심해서 예정보다 빨리 돌아왔다”며 “같이 간 동생이 축농증이 심해졌다는 얘기를 듣고 진료를 받아볼 겸 들렀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를 예방하는 마스크 판매량은 껑충 뛰고 있다. 관악구 J약국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눈에 보일 정도로 심하다 보니 마스크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며 “지난 주말에는 하루에만 100장 넘게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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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을 맞아 나들이를 계획한 시민들이 외부 활동을 꺼리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축제나 행사 등은 차질을 빚고 있다.
오는 20일 경기 오산천을 자전거로 달리는 ‘오산천 두바퀴 축제’는 축제 당일 안내 데스크에서 일회용 마스크를 나눠줄 예정이다. 주최 측 관계자는 “지역에서 열리는 큰 축제이기 때문에 취소하지는 않을 방침이다”면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질 경우 참여 인원이 생각보다 줄어들 수 있어 행사 진행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달 21일 성북구에서 열리는 ‘제9회 성북 세계음식축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최 측은 놀이터 구간에 물놀이를 추가하는 등 어린이를 미세먼지에 최대한 적게 노출하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당일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될 경우 행사 취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세계 음식축제 관계자는 “미세먼지 대처 요령에 대한 온라인 홍보를 강화하고 행사 당일 안전 메뉴얼에 미세먼지 대처 요령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야외에서 진행하는 음식 행사 인만큼 참가자들의 안전을 고려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달 들어 중국 북동 지역에서 발생한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 지역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합쳐 쳤다”며 “크고 작은 입자로 구성된 먼지의 영향이 이달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야외 활동이나 마스크 등 사전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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