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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입은 왕서방 스케일에 밀리면 죽는다

오현주 기자I 2016.12.21 00:42:30

올해 기업실적·시장상황 분석해
내년 산업구조 전망·매핑 작업
저성장·저금리 기조 극복 관건
해운업·모바일업 등 제자리 찾기
틈새서 중앙진출 중국시장 대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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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업계지도
이데일리 편집보도국|336쪽|이데일리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세계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팔아치운 기업은? 아직까진 삼성전자다. 올가을까지 7173만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9.2%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23.6%에는 한참을 못 미친다. 2위는 애플. 4300만대를 팔아 점유율 11.5%였지만 지난해 13%보다는 마당이 줄었다. 휴대폰 양대산맥이 봉우리를 깎는 동안 치고올라선 것은 중국의 3대 업체다. 화웨이·오포·비보. 3~5위를 꿰찼다. 각각 3248만대, 2493만대, 1987만대를 팔았다. 점유율이 8.7%, 6.7%, 5.3%에 불과하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전년대비 1.0%, 3.3%, 2.4%가 늘었다. 게다가 이들을 모두 합치면 7700만대를 훌쩍 넘기고 시장점유율은 20.7%까지 치솟는다. 삼성·애플의 양강구도가 무너지는 순간 벌어질 판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데도 중국을 언제까지 ‘짝퉁’으로 깎아내리고만 있을 건가.

‘갤럭시S7엣지가 애물단지폰이야 되겠어?’ ‘한국 1위의 컨테이너사가 좌초하기야 할까?’ ‘현대기아차가 안 팔린다고?’ 그런데 말이다. 연이은 ‘설마’는 모조리 현실이 됐다. 망할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해야 하나. 여기에 정치판의 ‘설마’까지 들어맞았다. 설마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까, 설마 최순실이 그렇게까지 국정을 흔들었을라고.

올해를 살아넘긴 한 단어를 뽑아내라면 ‘방어’다. 정체, 불안정, 저성장, 긴터널, 제자리걸음, 악재, 빨간불, 내우외환 등에서 버티려면 별 방법이 없었다. 더 큰 난제는 그 암담한 탄식이 언제쯤 끝날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단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바투 뛰는 기자와 시장을 조망하는 전문가들이 올 한 해의 기업실적, 시장상황을 분석해 내년을 내다봤다. 책은 그렇게 해부한 칼과 붓으로 그려낸 두툼한 지도다. 금융·증권, 전자·통신·반도체, 화학·에너지, 자동차·운송, 건설·기계·중공업, 미디어·교육·레저, 유통·상사, 생활 등 8개 영역을 나무와 숲으로 헤집었다. 업종 틈새를 누비고 기업 속살까지 들췄다. 말 그대로 ‘업계지도’다. 매출·이윤·시장점유율·지분구성 등, 개별 상품·브랜드보다 개별 기업·산업을 조망하는 데 집중했으나 대세가 된 트렌드를 놓치진 않았다.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는 방점을 찍는 동시에 시장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까지 뽑아냈다.

그렇게 그린 2017년 그림은 장밋빛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우울한 회색톤이다. 여전히 저성장·저금리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여기에 크게 휘청인 해운업·모바일업 등이 얼마나 제자리를 찾는가, 틈새부터 서서히 중앙으로 판을 키우는 중국시장을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발등의 불이다.

▲통신 3사 중 ‘남는 장사’ 한 곳은?

국내 이동통신사는 오래전부터 3자 구도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순. 이들 중 올해 ‘남는 장사’를 한 곳은? LG유플러스다. 가장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전년동기 대비 4.98% 상승한 매출로 지난해 처진 부분까지 덮었다. 영업이익은 8.29%가 늘었고 순이익은 무려 20.24%가 증가했다. SKT는 어려운 한 해였다. 같은 기간 전년동기 대비 0.14%가 떨어졌다. 영업이익·순이익은 각각 5.54%, 3.03%가 줄었다. KT는 그나마 수치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3분기까지 전년대비 매출 2.5% 증가에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18.3%를 늘렸다.

초고속인터넷 경쟁구도는 좀 다르다. KT가 꼭대기에 있고 SK브로드밴드, SK텔레콤이 뒤를 잇는 모양새다. 시내전화망 역시 KT가 꽉 잡고 있지만 인터넷전화에선 LG유플러스에게 밀렸다.

▲자동차시장, SUV 얼마나 파느냐가 관건

올 상반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으로 국내 판매가 늘었다. 우환은 여름이 지나고 하반기에 밀려들었다. 현대기아차 얘기다.

브라질·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부진이 지난해에 이어 계속됐고 믿는 도끼였던 미국·중국 수출에 발등이 찍혔다. 결국 3분기까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두 자릿수 하락을 면치 못했다. 내수시장점유율이 사상 처음 50%대로 떨어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현대기아차가 부진한 그 자리는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가 채웠다. 합산 점유율 26.6%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다.

자동차업계는 유독 힘이 부쳤다. 내수시장은 2년 연속 감소세다. 그렇다고 내년을 보장하지도 못한다. 일단 내년 판매목표치는 176만대다. 올해 전망치보다 2.4%를 줄여 잡았다. 기댈 건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는 SUV. 소비자욕구에 매력덩어리로 부응하는 SUV가 판세를 뒤바꿀 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수입차시장도 요동치긴 마찬가지였다. 아우디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를 호되게 치르는 사이 뛰어오른 새 강자는 벤츠다. BMW의 어깨를 넘보게 됐다. 그래도 국내차에 비해 수입차는 한숨 돌린 분위기다.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재개와 더불어 다양한 신차 출시를 예고해 기대치가 높다.

▲새로운 전략짜기가 생존의 필수

도로를 달리다가 들를 확률이 가장 높은 주유소는? SK이노베이션이다. 국내 주유소 1만 2041개(8월 기준) 중 3719개(30.9%)다. GS칼텍스가 그 뒤를 이어 2524개(21.0%)다. 3, 4위는 현대오일뱅크와 S-오일로 각각 2209개(18.3%)와 2082개(17.3%)다. 올해 그나마 반짝한 곳이 있다면 정유업계다.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내년에는 아마도 역대급 호실적을 지켜내는 데 목숨을 걸 예정이다. 그러나 폭탄의 뇌관은 국제유가 달린 거 아닌가. 당연히 기름 파는 본업 외에 신성장동력의 마련이 시급하다. 배터리든 바이오든 말이다.

외국인관광객은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1700만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면세점·호텔의 호황도 예상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판이 커지지 않았다. 이유는 엉뚱하게 공급과잉이다. 면세점 양축인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내년 서울시내 13곳의 면세점과의 대립구도가 불가피해졌다. 5성급호텔의 비수기 1박이 10만~20만원대로 떨어지면서 중소 숙박업체와의 무한경쟁도 예고됐다.

거대한 산업지도를 그리는 일은 소소한 일상변화를 감지하는 일과 무관치 않다. 책은 그 프리즘을 명확히 들이댄다. 가령 모바일은 인터넷을 넘어 갈수록 세를 강화할 거다. 광고시장이 모바일로 옮겨가는 건 현실이다. 1인가구도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 거다. 간편식시장이 커지니 백화점·대형마트보다 편의점이 성장하리란 짐작도 어렵지 않다.

여기에 무기로 얹은 건 세세하게 다듬은 도표와 그래픽으로 추린 각종 통계다. 정부가 해마다 거대지표를 내놓는다지만 결국 발품 팔아 그린 세부지도에는 당할 재간이 없는 거 아닌가. 내년을 이끌 경제저력이 거시경제지표에 있지 않다는 뜻으로 읽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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