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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총수 독대, 미르재단 아닌 `청년희망펀드` 논의설 부상

양희동 기자I 2016.11.09 06:00:00

미르·K스포츠재단보다 앞선 작년 9월 추진
대통령이 가입 1호, 2천만원과 월급 20% 내놔
독대 거론된 총수들 1000억대 사재 출연
오찬 3주 뒤 광복절 사면 논의 여부도 관심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청와대 오찬에 부른 대기업 총수 17명 중 7명을 따로 독대한 이유가 현재까지 1400억원 이상 모금된 ‘청년희망펀드’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됐다.

오찬 직후인 그해 9월 박 대통령이 ‘1호 가입자’로 등록한 이 펀드는 구속된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와 함께 현 정권 ‘비선 실세’로 꼽히는 광고감독 차은택(47)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검찰은 독대 과정에서 최씨가 설립·운영에 개입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관련 논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재계 등에서는 시점상 오찬 한달 여 뒤 이뤄진 청년희망펀드에 대한 논의가 더 자연스럽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펀드는 대기업이 나서 출연금을 냈다는 점에서 미르·K스포츠재단과 판박이지만 한술 더 떠 기업 총수가 직접 사재를 출연하고 임원들이 월급을 갹출해 모금됐다.

◇독대 총수 거액 사재 출연…노동계 “검은 거래 실상 밝혀야”

9일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2015년 7월 24일 박근혜 대통령 초청으로 이뤄진 청와대 오찬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구본무 LG(003550)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 17명이 참석했다. 이 중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을 수사하겠다고 밝힌 7명은 이재용 부회장, 정몽구 회장, 김창근 SK수펙스협의회 의장, 구본무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당시 청와대 오찬의 성격과 분위기를 종합해 볼 때 석 달 뒤인 10월 27일 설립된 미르재단 출연금보다는 한 달여 뒤인 9월 16일 박 대통령이 직접 2000만원과 매달 월급 20%를 내겠다며 참여를 독려했던 청년희망펀드 쪽에 무게가 실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오찬 당일 박 대통령은 직접 총수들에게 “유망한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많이 제공될 수 있도록 (기업들이) 적극 나서달라”고 강조했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 이후 독대한 총수로 거론된 7명 모두 청년희망펀드에 개인 돈으로 수십억원에서 최고 200억원을 내놓았다. 특히 삼성은 그해 10월 22일 이건희 회장 명의로 200억원, 임원 명의로 50억원 등 총 250억원의 거액을 출연했다. 가장 많은 돈을 낸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입원 중이라 이재용 부회장이 대신 사재 출연을 결정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면 계열사들이 출연한 미르·K스포츠재단보다는 개인 돈을 내야하는 청년희망펀드를 논의하는게 더 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회사 차원에서도 모든 계열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월급의 일정액을 갹출해 청년희망펀드에 50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회·노동계 “최순실·차은택 개입 의혹 밝혀야”

청년희망펀드 관련 의혹은 이미 지난 9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국감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국회 환노위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 7일 ‘청년희망재단 발기 개요 및 준비 상황’ 등의 문건을 분석해 “문건에 등장한 문화창조융합센터는 차은택씨가 기획하고 추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6개 거점 중 하나”라며 “청년희망재단은 실제 CJ E&M 소속 인사 등을 초청해 3번의 문화콘텐츠 강좌를 진행했다”고 차씨 개입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같은날 한국노총도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희망재단 관련 검은 거래의 실상을 소상히 밝혀야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오찬 당시 또 다른 관심사는 3주 뒤 이뤄질 광복절 사면이었다. 오찬에 참석했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당시 두산그룹 회장)은 바로 전날인 7월 23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업인 사면이 필요하다”고 직접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찬 당일 간담회와 식사 자리에선 박 대통령이 사면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총수들과 함께 헤드테이블에 동석했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기업에 인센티브를 좀 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말을 꺼냈지만 박 대통령은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오찬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최 전 부총리 측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며 공식 해명자료를 낸 상태다.

검찰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한 독대 총수 가운데 사면과 연관된 기업은 SK와 CJ, 한화 등 3곳이었다. 이 중 당시 사면 여부로 가장 주목을 받았던 SK와 한화 등은 김창근 SK수펙스협의회 의장과 김승연 회장 둘 다 간담회에서 총수들이 돌아가면서 한 3분 발언을 하지 않았다. 특히 독대 총수 중 한명으로 지목된 김승연 회장은 집행유예 상태에서 건강이 나빠 부축을 받으면서도 이날 청와대에 가장 먼저 도착했지만 3분 발언은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실제 광복절 사면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만 사면과 복권이 이뤄졌다. 한화에선 김승연 회장은 빠졌지만 김현중 부회장과 홍동옥 여천NCC 대표이사 등이 사면을 받았다. 이들은 계열사 부당지원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인물이다. 당시 오찬에 관여했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독대를 했다면 시기상 사면이나 청년펀드 등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한 사실 관계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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