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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한반도 슈퍼태풍 위험지대

이지현 기자I 2016.09.03 08:00:00
[국민안전처 이성호 차관] 태풍 루사와 매미, 볼라벤까지 2000년대에 들어서 태풍들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태풍은 그저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엘니뇨에서 라니냐로 전환되는 시기에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했고, 라니냐가 발생하는 올해에 거센 강풍과 호우를 동반한 슈퍼 태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실제 슈퍼 태풍의 발생과 이로 인한 막대한 피해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거센 강풍을 동반한 올해 태풍 1호 ‘네파탁’은 대만에 이어 중국에 상륙해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대만과 중국에서는 그들 최선을 다해 태풍에 대비했음에도 큰 피해를 입었다.

우리나라도 태풍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연례적으로 매년 발생하는 재난 정도로 치부하지 말고 중국과 대만의 사례를 교훈 삼아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국민안전처는 태풍이 오기 3일 전부터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 주민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대규모 산사태나 침수 등으로 인명 피해 우려가 있는 지역 3000여곳을 지정해 공무원과 지역자율방재단이 수시로 점검하고, 침수가 예상되는 반지하 주택과 풍수해에 취약한 노후주택들은 미리 점검하고 위험 요인이 발견되면 그 즉시 정비하도록 하고 있다.

여름철 물놀이 지역에는 지자체별로 담당 공무원을 배치해 안전이 취약한 구간을 점검하고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곧바로 통제하며 사람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소방과 해경이 서로 협력해 신속하게 구조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이재민이 발생하면 대피시설 1만 7000여곳을 제공하고 미리 확보해둔 응급구호물자를 신속히 제공한다.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대비노력이 필요하다. 태풍이 예보되면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며 되도록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침수나 붕괴가 잦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대피장소와 비상 연락망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 재난안전정보 포털 앱 ‘안전디딤돌’을 활용하면 각종 재난 관련 뉴스와 대피요령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미리 다운로드 해두면 좋다.

또한 가정의 하수구나 집주변 배수구를 미리 점검해 막힌 곳이 없도록 한다. 아파트나 대형 고층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은 창문을 단단히 고정하고 테이프를 붙여 강한 바람에 대비하고, 부득이하게 외출했더라도 길가의 전신주나 가로등, 공사장 근처에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천둥 번개가 칠 때는 지대가 낮은 건물 안으로 대피하고 도시에서는 간판이나 창문과 같이 날아갈 위험이 있는 물건은 단단히 고정해 둔다.

해일의 위험이 큰 해안지역에서는 바닷가 외출을 삼가고 선박을 묶어놓아야 하며, 해안도로의 차량운행도 가급적 피하는 게 안전하다. 침수나 붕괴가 예상되는 곳에선 수중 펌프와 물막이판 같은 침수 방지시설을 미리 설치해 놓도록 하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서둘러 대피를 준비해야 한다.

산사태나 붕괴가 잦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도 위험이 예견되면 즉시 낮은 지대의 안전한 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 폭우로 인해 운전 중에 침수를 당했을 경우 저속으로 주행하고 시동이 꺼지면 차에서 곧바로 나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한다.

불가피하게 인명이나 재산 피해를 입었을 때 가까운 행정기관에 신고하면 구호물자와 재난 지원금, 세금 감면과 같은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수롭지 않은 병에서 목숨을 앗아가는 위급한 병이 시작되고, 사소한 실수로 큰일을 망쳐 버리거나 작은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이 큰 화를 불러온다. 태풍과 호우는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에 피해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작은 일들도 소홀함이 없이 철저히 점검하고 준비한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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