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마감] '절묘한' 옐런‥美경제 좋은데, 금리인상은 늦춘다

안승찬 기자I 2016.06.07 06:00:21

美경제 불안해하는 시장에 모순적인 신호 제공
"고용지표 우려스럽지만 일시적..브렉스트 불확실성 커져"
뉴욕증시 일제히 상승..S&P지수 올해 최고치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충격적인 숫자가 나오자 시장은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금리 인상이 늦춰지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 경제가 좋다고 말하면 시장은 금리 인상 신호로 받아들일테고, 나쁘다고 말하면 이 역시 시장에 ‘확인 사살’이 된다.

옐런 의장은 목표는 미국 경제가 좋다고 말하면서도, 금리 인상은 늦추겠다는 상반된 신호를 시장에 흘리는 것이었다.

6일(현지시간) 옐런 의장의 발언은 매우 절묘했다. 이날 옐런 의장은 필라델피아 국제문제협의회(WAC)가 주최한 강연에서 “지난달 부진하게 나온 고용보고서가 우려스럽고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한달 보고서에 나온 수치에 너무 큰 중요성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긍정적인 경제요인이 부정적 요인을 상쇄한다”면서 “미국은 현재 고용시장의 유휴노동자원을 제거하는 데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시장이 받은 고용지표의 충격에 비하면 매우 긍정적인 평가다.

옐런 의장은 “미국 경제는 계속 개선되고 있다”며 “앞으로 나오는 경기지표가 노동시장의 강화와 물가 상승 목표치 도달에 부합하는 쪽으로 나온다면,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자신감을 시장에 강조했지만, 역설적으로 옐런 의장은 금리 인상을 시사하지 않았다. 풍기는 뉘앙스가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옐런 의장은 “수개월 내에 금리를 인상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시점을 언급했다. 금리 인상이 임박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개월 이내’라는 시점을 빼고, 대신 ‘점진적’이라는 단어를 넣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금리 인상에 좀 더 신중해졌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게다가 옐런 의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 옐런 의장은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찬성하는 투표 결과가 나온다면 상당한 경제적 파장이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통화정책은 이런 불확실성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이 브렉시트를 언급한 건, 미국 경제에 대한 특유의 자신감을 유지하면서도 금리를 당장 인상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옐런 의장이 한쪽으로 분명하게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금리 인상이 늦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생각을 더 확실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옐런 의장의 발언에 힘입어 뉴욕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3.27포인트(0.64%) 상승한 1만7920.3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0.28포인트(0.49%) 오른 2109.41을 기록했다. 다시 올해 최고치다. 나스닥 지수는 26.19포인트(0.53%) 높은 4968.71에 장을 마감했다.

국제 유가도 뉴욕 증시 상승세를 도왔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7월 인도분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1.07달러(2.2%) 오른 배럴당 49.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7월21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나이지리아의 원유 공급 시설이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국제 유가를 끌어올렸다.

‘니제르 델타 어벤저스’라고 무장세력은 지난 3일 니제르 델타 지역에 있는 2개의 원유 공급 파이프라인을 공격했다.

최근의 공격으로 나이지리아산 원유의 공급은 하루에 17만배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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