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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테인먼트 시대]②‘쇼핑에 오락 더하니 즐겁지 아니한가’

최은영 기자I 2016.05.12 06:00:00

상품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쇼퍼테인먼트’ 만개
산업과 문화 콜라보레이션..고부가가치 창출
‘문화산업’지나 ‘산업문화’ 시대로

쇼핑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인 ‘쇼퍼테인먼트’가 유통업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산업의 진정한 고부가가치는 문화에서 나온다. 문화를 입혀야 상품의 가치가 높아진다. 한국 화장품이 대표적이다. K뷰티는 한국의 드라마와 가요, 기본적으로 문화 한류와 맥을 같이 했기 때문에 지금의 위상을 갖출 수 있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의 유통업계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쇼핑(shopping)에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오락적인 요소를 더한 쇼퍼테인먼트가 유통업계 새로운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류 문화 콘텐츠를 통한 경제 효과는 10여 년 전부터 확인됐다. 2002년 ‘겨울연가’, 이듬해 ‘대장금’이 아시아 전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 한국 드라마는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과 같은 메가 히트작을 연이어 쏟아내며 한국과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바꿨다. 드라마의 인기가 주춤할 때에는 빅뱅, 싸이, 엑소 등 K팝이 한류의 명맥을 이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제품, 한류스타들이 사용하는 물건은 수 십, 수 백 배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투싼과 제네시스 등을 등장시킨 현대차는 무인 주행 기능 등을 효과적으로 알리며 한국에서 100억원, 중국에서 1000억원에 달하는 간접광고 효과를 봤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정관장의 건강보조식품인 ‘홍삼정 에브리타임’도 인기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반드시 맛봐야 하는 먹을거리도 바뀌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치맥(치킨에 맥주)’을 찾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태양의 후예’가 방영된 이후부터 서울 도심 곳곳에서 ‘삼계탕’ 파티를
이마트는 자체 캐릭터 ‘일렉트로맨’과 체험형 매장을 내세운 가전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로 기존 가전매장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즐기고 있다. 그리스 자킨토스섬, 태백 세트장 등 드라마 촬영지는 여행 상품으로 개발돼 국내외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생산성’으로 대표되는 산업과 ‘화제성’이 강점인 문화가 융합한 결과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팔지 않는다. 유통매장은 쇼핑은 기본이고 볼거리, 즐길거리를 추가로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체험형’ 매장으로 새 옷을 입고 있다.

이마트(139480)는 가전전문매장을 선보이며 ‘일렉트로맨’이라는 만화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도 펴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유통업의 미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며 오는 9월 개장을 목표로 경기도 하남에 건립 중인 신개념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테마파크의 개념을 도입했다.

현대홈쇼핑 T커머스 채널인 현대홈쇼핑 플러스샵에서 인기 BJ 갓형욱(왼쪽)과 양수진이 먹방을 선보이며 닭발과 불고기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쇼퍼테인먼트 선두에서 체험형 방송을 경쟁력 삼아 세계로 무대를 넓힌 홈쇼핑은 더욱 적극적으로 문화 DNA를 접목하고 있다. 가수 쇼케이스를 열어 앨범을 판매하고, 최근에는 인기 BJ(개인 방송 진행자)를 섭외해 ‘먹방’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엑소 손짜장, 혜리 도시락 등 스타 상품은 유통 매장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문화가 산업화 되던 2000년대 ‘문화산업’의 시기를 지나 산업이 문화가 되는 ‘산업문화’, 역 융합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인은 시간이 없다. 문화 마케팅은 시간의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소비자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높은 가치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산업에 문화를 결합하면 투자 대비 만족감은 몇 곱절로 커진다. 기업 입장에서 문화의 중요성, 의존도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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