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의 재발견]돈 없어 산다? "돈 아끼려 산다!"

정수영 기자I 2016.02.16 06:00:00

10년 전엔 무더기 미분양 속출했지만
지난해 두자릿수 경쟁률 속속 등장
전·월세난에 시세보다 저렴해 인기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SH공사가 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 강일지구에 공급한 전용면적 59㎡짜리 장기전세주택. 총 14가구 모집에 무려 591명이 입주를 신청, 평균 4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5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서울 세곡2지구에 내놓은 국민임대주택도 청약 열기를 내뿜었다. 637가구 모집에 1만 2297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19.3대 1에 달한 것이다.

시곗바늘을 돌려 10년 전인 2006년으로 가보자. 당시 가장 ‘핫’ 하다는 경기도 판교신도시에서 무더기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 민간 건설사들이 10년 임대아파트를 대거 공급했지만 계약 취소분이 쏟아져 나왔다. 2009년 LH가 공급한 10년 임대주택도 100가구 가까이 미분양됐다.

하지만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완전 딴판이다. 2006년 계약 취소가 속출했던 임대 단지 ‘판교 동양엔파트’ 전용면적 108㎡짜리 아파트 시세는 현재 10억원이 넘는다. 2014년 확정분양가 7억원 선에 분양 전환한 이후 3억원이나 오른 것이다.

바야흐로 임대주택 전성시대다. ‘가난하고 집 없는 저소득층이 사는 곳’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분양 아파트 못지않은 마감재에 각종 생활편의시설 및 우수한 교통망을 갖춘 입지에 들어선 임대주택이 늘면서 수요층이 한층 넓어지고 있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당첨을 위해 아예 소득 수준과 자산을 입주 기준에 맞추기까지 하는 임대주택 ‘청약 입시생’까지 등장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어차피 월세로 살 바에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이 더 낫다고 여기는 실속형이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공공임대주택 인기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LH가 지난해 말 경기 시흥시 목감지구 A4블록에 공급한 10년 공공임대주택은 413가구 모집에 1650명이 몰려 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화성 동탄2신도시 A40블록 임대주택은 652가구의 대단지인데도 청약률이 3.24대 1에 달했다.

장기전세주택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다. 지난해 3월 SH공사가 내놓은 제29차 장기전세주택은 평균 경쟁률이 33.2대 1이었다. 282가구 모집에 9352명이 신청한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은 개인 임대주택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하다. 영구임대주택은 최초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30%, 국민임대는 55~83%, 매입·전세임대는 30% 수준이다. 5·10년 공공임대도 최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도록 돼 있다.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를 포함한 민간 임대주택이 최초 임대료 책정에 대한 규제가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지만 공공임대주택이 서민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국토부의 ‘2014년도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2006년 27.6%에서 2014년 29%로 커졌다. 한노덕 국회예산처 경제사업평가관은 “임대차시장의 구조 변화로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이 늘었지만, 수용 가능한 임대주택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며 “계층별 주거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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