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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해 7월 23일. 장소는 대관령국제음악제가 한창이던 강원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 2015년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바이올린부문서 우승한 임지영(21)이 피아니스트 김다솔(27)과 함께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연주를 끝내자 정명화·정경화 공동 예술감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두 거장은 떠오르는 기대주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음악제의 하이라이트인 ‘저명연주가 시리즈’의 포문을 갓 스무살을 넘긴 임지영이 당당히 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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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마어마한 일을 벌인 ‘멘탈갑’ ‘강심장’은 바로 겁 없는 젊은 여성음악가였다. 한번 몰입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 자타가 공인하는 날카로운 내공으로 아저씨, 삼촌팬을 불러모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 초 클래식음악계가 ‘기·승·전·조성진’이었다면 이번엔 여성음악가를 주목할 차례다. 일찍부터 쌓은 탄탄한 기량에다가 설득력 있는 해석력, 남다른 개성과 미모까지 갖춰 여성 걸그룹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박제성 음악평론가는 “한국 여성음악가 가운데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소프라노 황수미 등이 해외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며 “실력은 기본이고 재능과 스타성도 높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높고, 발전을 기대할 만한 재원”이라고 귀띔했다.
◇바이올린 여신들, 전성기 열다
바이올리니스트 선두그룹에는 동갑내기 김수연(29)·신지아(29)·클라라 주미강(29)을 비롯해 최예은(27)·임지영이 활약 중이다. 차세대 음악가로 통하는 이들은 클래식 부흥을 이끌 ‘바이올린 여신’으로 묶인다. 현란한 테크닉에다가 세계 유수의 콩쿠르 우승을 거머쥐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올해의 시작은 최예은이 열었다. 고국 무대가 많지 않던 최예은은 지난달 서울시향과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으로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정 전 감독을 대신해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최예은은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인 안네 소피 무터의 후원을 받는 연주가로 유럽과 미국이 주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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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클래식 음악프로그램 ‘더 콘서트’에서 사회를 맡아 전천후로 활약하는 신지아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16 밸런타인데이 콘서트’를 연다. 또 김수연은 12일 서울시향과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2009년 유니버설뮤직과 전속계약을 맺은 뒤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모차르트, 바흐, 슈베르트 등의 작품을 수록한 앨범을 잇달아 내놓았다. 강건한 테크닉과 깊이있는 음색이 일품이다.
◇피아노는 ‘손열음’ 디바는 ’황수미’
“손열음이 대단한 건 뜨거운 걸 냉정하게 읽어내서야. 그래야 진짜 뜨거운 게 나오지.” 2014년 화제가 된 JTBC 드라마 ‘밀회’에 나오는 대사 한토막이다. 그 대사처럼 손열음은 이성적으로 무대를 지배하는 걸로 유명하다. 감성을 다루면서도 특유의 표현력과 전달력으로 이성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아 건반 위의 김연아로 통한다. 국내 여성 피아니스트로는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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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황수미는 2014년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서 성악부문 우승 직후 유럽 성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독일 본 오퍼소속 주역가수로 활동 중이다. 8월 18일 문을 여는 롯데콘서트홀 개관 프로그램을 통해 11월에는 고국 무대에 오른다. 공연기획사 아트앤아티스트는 “황수미는 목소리의 질감이 고급스러우면서도 힘과 품격을 고루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며 “외모와 연기력은 물론 화법까지 좋아 무대 장악력과 전달력이 뛰어나다. 오페라 아리아부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베르크 등의 독일가곡까지 레퍼토리가 매우 넓은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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