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오늘의 그를 만든 건 8할이 책이었네

김성곤 기자I 2015.12.28 06:15:30

이데일리 기획 '명사의서가' 2015 결산
정·관·재·문화계 명사 15인 63권 추천
대망·사기…고전·인문학 많아
삼국지·싯다르타 중복 추천
경영서 '위기는 왜 반복…' '클릭 모먼트' 등도

이데일리가 기획한 ‘명사의 서가’ 코너를 통해 정·관·재·문화계 명사 15인에게서 추천받은 63권의 도서 중 복수로 꼽힌 책.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왼쪽부터) ‘클릭 모먼트’ ‘삼국지’ ‘싯다르타’.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우리 사회의 명사들은 어떤 책을 많이 읽을까. 이데일리가 지난 9월 9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시작으로 12월 23일 김영란 전 대법관까지 1주일에 1회씩 게재한 ‘명사의 서가’ 코너를 살펴보면 명사들은 고전과 인문학 서적을 가장 많이 읽고 추천했다. 정·관계는 물론 경제계, 문화계 인사들은 입을 모아 고전과 인문학에서 삶의 지혜를 얻고 난관을 극복하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명사의 서가’ 코너에 등장한 15인의 명사는 총 63권의 책을 추천했다. 1인당 평균 4.2권이다. 가장 많은 책을 추천한 명사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으로 무려 7권이었다. 이어 김동호 초대 문화융성위원장과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이 각각 6권씩을 추천했다. 반면 바둑애호가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인플루엔셜) 1권만을 추천했다.

◇명사들 ‘내 인생 한 권’은 ‘역사·고전·인문학’

명사가 추천한 도서목록에는 고전과 역사를 포함한 인문학 책이 대거 자리를 차지했다. 서경배 회장은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산수야)를 추천했다. 17세기 인구 100만명에 불과했던 만주족이 1억명이 넘는 명나라를 정복한 과정을 조명한 책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대청제국 1616~1799’(휴머니스트)를 추천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시루)를 추천했다. 400년 전 조선이 명나라와 일본의 샌드위치 신세였던 것처럼 지금 한국도 일본의 첨단기술과 중국의 15억 인구 사이에 여전히 끼여 있는 신세라는 것을 꼬집는다.

신경철 코스닥협회 회장은 로봇 전문가지만 역사서를 유난히 좋아한다. 신 회장은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두 배 분량에 해당하는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대망’(동서문화사)을 무려 다섯 번이나 완독했다. 신 회장은 ‘대망’에서 인내를 배웠다고 밝혔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영원한 고전 ‘삼국지’를 추천했다. 김 원장은 정비석·이문열·김홍신 등 다양한 작가의 ‘삼국지’를 10여차례 읽으면서 인생의 고비와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털어놨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첫손에 꼽은 애독서는 사마천의 ‘사기’(민음사)다.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할 때 이건희 회장이 사기를 언급한 이후 본격적으로 읽었다. 지금도 완역본·만화본·요약본 등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읽는다.

입법부 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명심보감’을 추천했고 김동호 초대 문화융성위원장은 ‘고문진보’(을유문화사)를 추천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필독서였던 고문진보는 고전 중에서 핵심이 되는 내용을 추려놓은 것”이라며 “3포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고 추천했다.

◇‘싯다르타·클릭 모먼트’…공동 추천 받아

명사들이 추천한 책에는 복수추천을 받은 것도 적지 않았다.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는 서경배 회장과 권태신 원장이 공동 추천했다. 사마천의 ‘사기’는 황영기 회장과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추천했다. 헤르만 헤세의 걸작 ‘싯다르타’(민음사)는 정의화 의장과 김동호 위원장이 권했다. ‘삼국지’는 김세종 원장과 유상호 사장이 추천했다. 특히 유 사장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삼국지’를 여러 번 읽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추천을 받은 책에는 경제·경영서도 적지 않았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과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는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김영사)를 꼽았다. 책은 양극화가 내수를 위축시켜 경제위기를 가져온다는 점을 역사적 사실로 설명한다. 서경배 회장과 이재우 대표는 ‘클릭 모먼트’(알키)를 추천했다. 1초의 기회가 1만 시간의 노력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핵심으로 행운과 능력이 교차하는 순간인 ‘클릭 모먼트’를 창조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명사들 이색추천 도서는?

아울러 명사들은 기업경영, 젊은 날의 진로, 일과 업무 등에 영향을 끼쳤던 자신만의 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찬구 회장은 아마 3급 실력의 바둑 애호가다. 예전에 그룹 사옥에서 바둑을 두면서 짜장면을 시켜먹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을 정도다. 박 회장이 추천한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은 가끔 들르는 기원에서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됐는데 저자 조훈현의 바둑관이 자신의 경영철학과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끌렸다고 밝혔다.

한정화 청장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청림출판)를 아껴써 읽었다. 서울대 재학시절 영문 해적판을 입수해 읽은 뒤 경영학자로서 진로를 결정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가족의 두 얼굴’(부키)을 꼽았다. 일곱 살이 된 딸과 네 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가장 소중하지만 소홀하기 쉬운 가족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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