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스바겐 리콜사태가 주는 교훈

논설 위원I 2015.09.24 03:00:00
폭스바겐의 미국 내 무더기 리콜 사태의 여파가 드디어 국내까지 밀어닥쳤다. 폭스바겐 디젤 승용차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확대되면서 정부가 해당 차종에 대한 연비조사 및 배출가스 검증작업을 다시 실시키로 한 것이다. 문제의 차종들이 이미 국토부와 환경부의 필요 절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재조사 결정이 내려졌다는 자체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을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이번 사태는 승용차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의도적인 눈속임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폭스바겐 그룹이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에서의 배출가스 기준에 맞추려고 검사를 받을 때는 저감장치를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나 실제 주행 때는 이를 꺼지도록 한 사실이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적발된 것이다. EPA가 폭스바겐 디젤 승용차에 대해 대대적인 리콜 명령을 내린 것이 그 결과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법무부와 검찰이 이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라고 한다. 승용차 배기가스 조작 행위를 의도적인 범죄로 간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1937년 설립 이래 80년 가까이 세계적으로 권위와 명성을 자랑하던 폭스바겐이 이번 사태로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세계 각국에 판매된 폭스바겐 디젤 차량에서도 배출가스 차단장치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외제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폭스바겐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폭스바겐 그룹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8%로, 결코 만만치 않은 규모다. 그동안 국내에서 판매된 폭스바겐 승용차 가운데서는 골프, 제타, 비틀, 아우디 A3 등이 배출가스 점검대상이다.

이번 사태로 수입차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당장은 국산차들이 반사 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산차들도 자칫 실수에 노출될 경우 순식간에 기업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시장 점유율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손톱만한 구멍에서도 치명적인 실수는 빚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공든 탑일지라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폭스바겐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