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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나는 단어 ‘엄마’. 결혼을 한 딸이라면 더 애틋하고 뭉클해지는 말이 있다. 바로 ‘친정엄마’다. 중견배우 박혜숙(67)과 차수연(34)이 친정엄마와 딸로 만났다. 오는 8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마당1관에서 앙코르 공연하는 연극 ‘친정엄마’에서다. 두 사람이 함께 연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혜숙은 “눈빛만 봐도 척 알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만족감을 드러냈고, 차수연은 “박혜숙과 만난 것은 더 없는 행운”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친정엄마’는 2004년 출간 이후 30만부 이상 판매한 고혜정 작가의 동명소설을 무대화한 작품. 이번 공연은 2012년 이후 3년만에 김수로프로젝트 11탄으로 선보인다. 대학 진학과 동시에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결혼까지 한 딸과 그 딸을 늘 걱정하는 엄마, 딸을 냉랭하게만 대하는 시어머니와의 갈등 등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간 사랑을 되새기게 하는 가슴 따뜻한 힐링극이다. 엄마와 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사로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담아냈다.
박혜숙은 1970년 TBC 1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중견배우. 드라마 ‘왕룽일가’(1989), ‘대추나무 사랑걸렸네’(1990), ‘아들과 딸’(1992), ‘토지’(2004)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연극은 2000년 ‘세일즈맨’에 출연한 이후 15년 만이다. 차수연은 2004년 드라마 ‘알게 될 거야’로 데뷔, ‘개와 늑대의 시간’(2007), ‘그들이 사는 세상’(2008), ‘천번의 입맞춤’(2011) 등과 영화 ‘간기남’(2012) 등에 출연하며 연기활동을 해왔다. 연극은 2013년 ‘클로저’와 지난해 ‘두결한장’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무더운 여름날 한창 공연에 빠져 있는 두 배우를 함께 만났다.
- 너무 친해 보인다. 진짜 ‘엄마와 딸’이라고 해도 믿겠다
▲박혜숙(이하 박): 젊은 사람들과 함께 공연해 되레 에너지를 받는다. 공연을 하면서 예쁜 후배들과 같이 얘기하고 밥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차수연(이하 차): 선생님이 실제 우리 엄마와 비슷한 연배라 편안하다. 같이 있으면 많이 즐겁다. 젊은 사람들과 잘 어울려주니 공연팀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
- 처음 맞춰본 호흡은 어떤가
▲박: 사실 대사를 잊어버릴 때도 있다. 그래서 무대 올라가기 전에 미리 얘기해놨다. 내가 “네 서방은 어디 갔니”란 대사를 안 하면 꼭 “엄마, 우리 서방 어디 갔는 줄 알아?”라고 물어보라고. 하하.
▲차: 실제 무대 위에서 그렇게 물어본 적도 있다. 아무도 눈치 못챘을 거다. 그런 게 호흡인 것 같다.
- 두 사람 다 TV와 스크린에 비해 무대 경험은 많지 않다
▲박: 무대서 ‘오뉴월에 개 떨듯’ 떨었다. 대사가 너무 많아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겼다. 작가가 작년부터 하자고 했는데 사정상 못했다. 그러다가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무대에 서면 대사조차 잘 안 떠올라 힘들 때가 있더라. ‘물방울이 바위를 뚫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다가 물방울이 바위는 뚫지 못하지만 세월은 뚫을 수 있겠다 싶었다. 백번 천번 하면 안될 게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차: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연극은 2시간 내내 내가 주인공이니까 그게 참 재밌다. 한 달 반정도 배우들아 모여서 연습을 하고 매일 똑같은 공연을 하지만 매번 상황도 관객도 달라지기 때문에 늘 다른 날이고 다른 시간이더라. 어떤 날은 이렇게 해보고 또 저렇게도 시도해볼 수 있는 게 좋다.
- 실제로 엄마고, 시집간 딸이다. 이번 역할을 연기한 소감이 어떤가
▲박: 처녀 때와 엄마가 된 후에 엄마 역을 하는 건 확실히 차이가 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는 굳이 꾸미지 않아도 진심이 느껴진다.
▲차: 얄미운 역할도 많이 해봤고 신분상승하는 연기도 해봤는데 실생활에서 딸이 하는 말을 대사로 하는 역할은 처음이다. 편안한 말을 쓰니 연기하기 수월했다.
- 초연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엄마와 함께 보고 싶은 공연’으로 꼽힌다. 매력을 소개한다면
▲박: 꾸밈없이 진솔하게 엄마와 딸의 관계를 그려내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 같다. 사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가장 가깝기도 하지만 벽이 높기도 하다. 이 연극을 통해 모녀 간에 벽을 허물고 서로 이해하고 화합했으면 한다.
▲차: 내 옆의 소중한 사람을 잊고 살진 않았나 반성하게 하는 연극이다. 더 많은 관객이 보고 감동과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