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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알아낸 그 방법이 궁금해질 수밖에. 미국 하버드대의 젊은 두 과학자가 검색창에 띄웠단다. 그런데 그 검색이란 게 단순치 않다. 단어 하나를 입력하면 책 800만권을 ‘이 잡듯 뒤진다’니. 지난 세월이란 것도 무색하다. 수백년을 통틀어 도식화한 수려한 그래프를 눈앞에 들이댄다. 그 검색 돋보기는 ‘구글 엔그램 뷰어’다.
히스토리를 간단히 살피면 이렇다. 구글이 일찍이 시도한 일 중 ‘세상의 모든 책을 디지털화로’라는 게 있다. 2004년부터 최근까지 3000만권 이상의 책을 디지털화한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다. 확보한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눈여겨보던 두 과학자가 실험이나 한번 해보자고 덤벼들었다. 그 양이면 질을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누구도 다룬 적 없는 역사·사회·문화일지라도. 3000만권 중 800만권을 추렸고 8000억개의 단어가 뽑혔다. 성경의 사본시대가 열린 1520년부터 현재까지 500여년의 기간이 자연스럽게 설정됐다. ‘엔그램 뷰어’는 그 과정에서 고안한 그들의 무기다.
신념은 데이터가 말해줄 ‘본질’에 뒀다. 이제는 정량이 정성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는 거다. 심오한 학문이라고 가릴 게 아니다. 통계적 검열-탐지기술은 가장 전통적이고 고전적이라는 역사학 분석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질적 유사성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혁명의 방법론. 늘 고인 물 같다던 인문학이 그 대상, 빅데이터가 그 도구다.
▲그 여자가 궁금하다면 데이터를 봐라
태초에 ‘남자’와 ‘여자’가 나뉜 뒤 수천년간 바뀌지 않은 사실 하나. 남자는 여자보다 압도적으로 세상에 많이 드러났다는 거다. 감히 태초라고 할 수 있는 건 드라마틱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똑 분질러 1800년대부터 따져본다고 해도 100만단어당 남자는 800회가 불린 데 비해 여자는 100번 불릴까 말까. 그러면 지금은 어떨까. 1983년을 기점으로 역전, 여자는 남자를 따돌렸고 그 우위를 유지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태초의 또 다른 영역인 ‘신’은 어떤가. 1800년 즈음 100단어당 0.9회 정도 언급되던 신은 1973년쯤 엉뚱한 영역에 그 자리를 내놓게 되는데. ‘데이터’라는 것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신을 부르짖는 횟수보다 데이터를 찾아 헤매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신도 밀렸다 금도 밀렸다
엔그램 뷰어가 꺼낸 세계에는 숨가쁘게 뒤집혀온 정세도 보인다. 대표적인 두 단어가 ‘금’과 ‘석유’. 1800년경 금은 석유에 비해 쓰임만큼이나 단어 수에서도 두 배 이상 유리한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1800년대 후반 발명된 자동차는 금의 위치를 흔들어댄다. 그러다 1933년 미국서 금본위제가 시작되면서 전세는 다시 역전. 이 역시 오래가진 않았다. 1973년 오일쇼크 직후부터 금은 석유에 쉽게 회복할 수 없는 간극을 내주고 있는 중이다.
이젠 일상어가 된 ‘섹스하다’가 사람 입에 붙은 건 불과 100년 남짓. 그전엔 ‘사랑을 나누다’가 우아한 대체어였다. 물론 이조차 자주 쓸 수 없는 말이었다. 1800년대 100만단어당 0.3회 정도였으니. 두 단어가 동시에 가파른 상승세를 그린 건 1970~80년대에 들어서면서다. 하지만 결국 1996년 100년 된 신조어 ‘섹스하다’가 고색창연한 ‘사랑을 나누다’를 넘어서기에 이른다. 그렇다고 ‘사랑’이 죽었다고 할 순 없다. 그저 ‘섹스’보다 덜 검색될 뿐.
▲결국 ‘정량’이 ‘정성’을 지배하나
“인문학의 한구석에선 여전히 정량적 분석에 저항을 보이지만 엔그램 뷰어나 유사 도구들이 보편화될 걸 확신한다.” 2010년 엔그램 뷰어가 세상에 공개되던 날 내놨다는, ‘문화의 정량적 분석’을 저자들과 함께한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의 발언은 차라리 책의 결론이다. 인문학의 지형은 바뀌게 돼 있다는 것. 사실 여기엔 바뀌어야 한다는 당위가 더 진하다. 초기에 일일이 책을 뒤져 특정 단어의 빈도를 확인하는 ‘맨땅에 헤딩’ 식 작업을 했다는 ‘노동자’로선 당연한 지향이다.
과제는 양 갈래다. 빅데이터가 인문학과 맞닥뜨리는 현장, 또 인문학이 빅데이터를 대하는 자세. 접점은, 상관관계일 뿐 인과관계는 입증하지 못한, 책 제목에 드리워진 ‘진격의 서막’을 걷어내는 일이다. 이번 혁명이 책장은 넘어서야 한다는 점에서 특히 긴밀하다. ‘클릭 한 번에 800만권을 훑는다’에 혹하고 말 일이 아니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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