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채용제도 대폭 손본다

최훈길 기자I 2015.01.15 06:00:00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공직개방 확 넓히겠다"
개방형-공모직 규모 확대, 경력채용시즌제 도입, 신분 안정성 강화
스펙보다 민간경험 우대하는 채용방식 마련
21일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인사혁신 3개년 계획'' 본격 시행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인사혁신처(인사처)가 민간 경력직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채용 제도를 개편한다. ‘경력채용 시즌제’를 도입해 부처 합동으로 동시 채용하고, 임용기간도 연장해 신분 안정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출범 50여일을 맞은 인사처는 오는 21일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이 방안을 포함한 ‘공직개혁 3개년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직사회에 개혁 드라이브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민간 출신의 공무원이 워낙 소수이다보니 공무원 조직에서 기를 제대로 못펴고 존재감도 별로 없는 편”이라며 “공직개방 규모를 확 넓히는 쪽으로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방형직위 및 공모직위는 690개(작년 말 기준)에 불과하고 최초임용기간 규정(3년)이 있어 ‘무늬만 개방’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 처장은 “정부가 특정 시점에 경력직을 왕창 뽑으면 널리 홍보가 돼 관심이 쏠릴 것”이라며 “공직에 헌신·봉사하려는 사람은 계속 근무하도록 현행 3년 임용제한 규정을 고쳐 신분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무늬만 공직개방’ 개혁..‘민간 수혈’ 늘린다

또 공직 폐쇄성을 극복하고 ‘인재 제일’ 기조 하에 전반적인 채용심사 기준도 재검토할 계획이다. 이 처장은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몇 년씩 기다려 신입으로 오는 게 아니라 민간 경험을 하다 (경력으로) 올 수 있게 하려고 한다”며 “스펙을 덜 보는 다른 (채용) 방식을 도입해 ‘장그래’ 같은 인재를 모셔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노량진 등 고시촌을 방문해 ‘공시족’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안은 “공직 패러다임과 공무원 자화상을 바꾸겠다”는 이 처장의 목표 아래 추진되는 3개년 계획에 고스란히 담길 예정이다. 삼성 출신인 이 처장은 공직혁신의 핵심을 ‘성과주의’, ‘열린 채용’, ‘인재 제일’, ‘여성 중용’, ‘신상필벌’ 등으로 요약했다. 공직 개방성·전문성·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이 처장은 성과주의와 관련해 “민심이 바라는 것은 잘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성과제 도입과 ‘철밥통’ 깨기”라며 “패스트 트랙(fast track)식 승진 속진제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낮잠 자는 토끼는 더 이상 없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세계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보고 절차에도 ‘패스트 트랙’을 도입해 시간을 단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처장은 또 “용납 안 되는 건 못하게 하고 상은 과감하게 줄 것”이라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도 나오는 판국이다. 신상필벌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월 출범 이후 인사처는 △음주운전 최초 적발 시 중징계 적용 △경찰·소방직 채용에 도핑테스트 도입 및 적발 시 5년 응시 금지 등 공무원 품위위반·부정행위 관련 규제를 강화해오고 있다.

여성 공무원을 요직에 임명하는 ‘여성 중용’ 기조는 이미 인사처부터 시행 중이다. 이 처장은 기획조정관(김혜순), 비서실장(신현미), 대변인(이은영)직에 ‘워킹맘’을 발탁했다. 이 처장은 발탁 배경에 대해 “실험에 따르면 늙은 수컷 원숭이는 변화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현재 상황을 깨는 데는 여성이 훨씬 낫다. 여성의 능력이 남성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금개혁에 양보 필요, 기득권 저항 껴안고 가겠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사진제공=인사혁신처).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나면 이 처장은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교육훈련법, 공무원연금법 등의 입법지원이나 후속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난항이 예상되는 연금법에 대해 “연금개혁이 국민적 여망이기 때문에 십시일반으로 공무원의 양보도 필요하다”며 “그 아픔을 딛고 넘어서 그 다음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개혁에 대한 내부 기득권들의 저항과 총론에 합의하지만 각론에는 반대하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최대 고민”이라며 “기존의 모든 것을 깨고 가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선순환 하는 개혁을 하겠다. 내부 반발도 껴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은 100세 시대에 필연”이라고 밝혀, 내부적으로 사기진작책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정부 부처 이름에 ‘혁신’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조치”라며 “처장으로서 혁신의 불나방에 그칠지, 씨앗이 될지, 거름 역할까지 할지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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