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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현(40·가명)씨는 회사 앞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 건물 경비원과 시비가 붙었다. “건물 앞 거리는 금연구역인데 왜 담배를 피우냐”고 호통을 치는 경비원에게 최씨가 “법적으로 금연구역도 아닌 곳에 임의로 금연표지를 붙여놓고 담배 피우지 말라고 요구하는 법이 어딨느냐”고 맞서면서 말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최씨는 “건물주에게 흡연실을 설치해 달라고 수차례 건의했는데 무시해 놓고 건물 주변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하는 건 지나치다”며 “억울하면 담배를 끊으라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흡연자들은 “흡연이 범죄면 담배를 팔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살 때마다 내는 세금이 연간 7조원에 달하는데도 국가가 흡연자들의 흡연권 보호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은 1549.5원이다. 담배소비세(641원)·지방교육세(320.5원)·국민건강증진부담금(354원)·폐기물 부담금(7원)과 10%의 부가가치세 등 담배값의 62%가 세금이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내년부터 모든 음식점과 주점에서 흡연이 금지되지만 흡연실이 설치된 곳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 여의도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하모(41)씨는 “구청에선 흡연실을 설치하라고 하지만 가뜩이나 좁은 가게에 따로 흡연실을 설치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데다 설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수백만원에 달해 포기했다”며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면 금연구역이라고 알려주긴 하지만 손님이 줄어들까 봐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흡연자 단체들은 비흡연자와 흡연자가 상생하는 길은 ‘흡연구역 설치’ 뿐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의 이연익 대표는 “비흡연자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금연 정책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합법적으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은 마련해주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본에서는 음식점 내에 흡연실을 설치할 경우 정부에서 비용을 일부 지원해준다”며 “흡연권 보호를 위해 흡연자들이 담배를 살 때마다 내는 세금으로 이 정도는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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