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옥죄면 국민들 행복해질까
김희중 산업에티터 겸 산업부장 thomas@edaily.co.kr
새누리당 국민행복특위 김종인 위원장은 얼마전 국민통합을 위한 선결과제로 양극화 문제해소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처방으로 경제민주화의 실천을 강조했다. 그는 “재벌 대기업의 탐욕이 IMF사태와 세계 경제위기 등을 초래했다”면서 “대기업 스스로 탐욕을 교정할 수 없으므로 결정과정을 민주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민주당은 이에 한 술 더 뜬다. 아예 재벌을 해체하겠다는 식이다. 경제민주화가 마치 시대정신이라도 되는양 여야 가릴 것 없이 관련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하며 재벌옥죄기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수출부진에 내수침체까지 겹쳐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일에는 나 몰라라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는 느낌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한단계 올렸지만 우리 경제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정부와 한국은행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대로 예상하고 있을 뿐 주요 투자은행과 경제전문가들에 이어 미국조차 2%대 성장을 점치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악화하고 중국의 경기둔화와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올해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대외악재에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동인 감소, 설비투자위축,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등 대내악재가 서로 맞물려 상황이 더욱 악화한다면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가능성도 높다.
더욱이 지금 국내 기업들은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이고 있는 특허소송이나 코오롱이 당한 1조원대 배상판결, 현대기아차가 프랑스로부터 덤핑제소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살벌한 현실을 보여준다. 민간경제가 활력을 회복하고 국제경쟁에서 살아남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느데도 정치권은 기업을 닦달하고 있으니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예나 지금이나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그들이 재벌을 혼낼 터수나 되는지도 의문이다. 과거 압축성장의 잔재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현실에서 재벌도 바뀌어야 한다. 변칙적인 소유 및 지배구조, 독과점과 불공정거래, 편법상속 등은 바로잡아야 한다.그러나 경선과정부터 편법과 비리로 얼룩지고 선거에는 온갖 부정이 난무하며 대형의혹이 터졌다하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는 일이 없는 정치인들이 경제민주화를 거론하는 것은 모순이다. 공연히 상대적인 박탈감을 부추겨 위화감을 조성하고 편가르기를 해 정치적 잇속을 챙기려는 의도로 보일 뿐이다.
삼류라는 비아냥을 듣는 정치가 세계 일류권에 진입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을까걱정스럽다. 되돌아보면 정치권은 선거를 치르기 전에는 재벌을 때려 한껏 도덕군자인 것처럼 행세하다 집권하면 재벌과 유착하는 일을 반복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는 새누리당도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이 아직도 주홍글씨처럼 남아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기업의 기를 살려주지는 못할 망정 정쟁의 희생양으로 재벌을 옥죄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기업들도 스스로 변해 더 이상 정치에 발목이 잡히는 일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