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촛불 참모’ 보란듯이 모두 귀환… “2차례 사과는 거짓”

경향닷컴 기자I 2010.10.28 07:45:33

이 대통령 ‘촛불시위 부당’ 인식
정치적 복권 강변… ‘충성하면 챙긴다’ 메시지도

[경향닷컴 제공]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과 촛불시위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주역들이 사실상 전부 청와대나 정부 요직으로 복귀했다. 쇠고기 협상 수석대표였던 민동석 외교안보연구원 외교역량평가단장의 외교통상부 2차관 임명은 화룡점정 격이다. ‘촛불 참모’의 귀환은 쇠고기 협상에 잘못된 게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촛불로부터의 정치적 복권을 강변하는 것이다.

▲ 2년 전 이랬던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5월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무위원들 및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1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국민들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8년 촛불시위 책임을 물어 교체된 청와대 참모 7명 중 뇌물수수 혐의가 제기된 이종찬 전 민정수석과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 박미석 전 사회정책수석을 뺀 5명이 모두 돌아왔다.

곽승준 당시 국정기획수석은 사퇴 6개월여 만인 지난해 1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에 임명됐다. 이주호 전 교육과학문화수석도 같은 시점에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에 발탁된 후 지난 8월 개각에서 교과부 장관에 올랐다.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은 지난해 12월 주중대사로 컴백했다.

촛불시위 당시 경제정책을 관장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직접 관여했던 김중수 전 경제수석은 지난 4월 한국은행 총재가 됐다. 한·미 쇠고기 협상을 총지휘한 김병국 초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6월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내각의 촛불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2008년 7월 개각 때 물러난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09년 4월 장관급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장으로 복귀했다.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을 대신해 ‘대리경질’됐다는 논란이 일었던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4월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북지사 후보로 사실상 복권됐다. 민동석 차관의 발탁은 촛불 참모 중용의 마침표인 꼴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인사는 촛불시위에 대한 재평가와 쇠고기 협상에 대한 정당성 회복 작업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촛불시위 당시 시민의 힘에 밀려 참모들을 경질했지만, 그들의 복권을 통해 협상은 문제가 없고 촛불시위는 ‘일부 세력의 선동’에 의한 것이었음을 분명히 짚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 2년을 맞은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많은 억측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관련 부처에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한 바 있다.

더불어 한 번 충성하면 끝까지 챙긴다는 이 대통령 인사 스타일의 반영이자, 집권 후반기를 맞아 공직사회를 향해 ‘끝까지 충성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함의도 담겼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촛불 인사 복권은 ‘소신 인사’라기보다는 ‘오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졸속 협상의 문제를 인정하고 미국과 추가협상에 나섰던 엄연한 현실을 부정하고, 시민들의 먹거리에 대한 우려를 ‘괴담’에서 비롯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시위에 이 대통령의 독선과 독주, 소통 부족이 배경이 됐던 교훈도 망각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이 대통령 스스로 촛불정국 당시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했던 것에 비춰보면 자가당착이기도 하다. 민동석 차관 내정에 대해 “촛불시위 당시 이 대통령의 사과가 모두 거짓이었음을 드러내는, 국민에게 ‘한 번 해보자’고 도전하는 인사”(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