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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이슈)폭탄주 예찬

권소현 기자I 2005.09.16 08:03:56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국회에 폭소클럽이 생겼다고 한다. 한바탕 신나게 웃어보자는 동호회쯤되는 줄 알았더니 전혀 아니다. 폭탄주 소탕클럽의 준말이다.

이 말속에는 폭탄주 안마시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쓸어버리자는 비장한 각오가 숨어있다. 국회의원들이 나섰고 검찰 총장도 폭탄주 소탕에 앞장섰다. 이 운동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폭탄주를 근절해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사실 폭탄주는 한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원에 대해서는 러시아, 미국 등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서양에서도 술을 섞어 마시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는 것이다. 영어사전에도 `맥주를 탄 위스키`라는 뜻의 보일러 메이커(Boiler maker)라는 단어가 있다.

유독 한국의 폭탄주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은 음주문화 때문이다. 한국의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술문화가 폭탄주로 대변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폭탄주가 부정적인 면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술자리에서 산만해진 분위기를 하나로 집중시키기에 폭탄주만한 것이 없고, 한 사람씩 돌려가면서 마시기 때문에 공평할 수 있다.

특히 단시간에 어색한 사이를 끈끈한 사이로 만들어주는 폭탄주의 위력이야 말로 조직력 강화에는 최고다.

그렇기에 폭탄주 예찬론자들도 많고 심지어 한국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칭송하는 이도 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한국이 단기간 내 반도체 전쟁에서 일본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팀워크를 살리는 폭탄주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가지, 폭탄주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회오리주, 도미노주, 타이타닉주, 성화봉송주, 충성주, 섹소폰주, 드라큐라주 등 제조법만해도 수십가지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폭탄주는 술자리를 즐겁게 해준다.

요즘 증시도 폭탄주를 권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선 분위기가 즐거워졌다. 전일(15일) 조정을 보였지만 하락폭은 고작 1.18포인트였다. 하락에서 상승, 다시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은 유난히 부각됐던 악재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버텨냈다.

한때 1178포인트까지 오르면서 여전히 기본 체력은 튼튼함을 과시했다. 조금만 조정국면을 보여도 저가매수세가 빠르게 유입되는 양상이다.

산만하게 흩어져있던 개인투자자들은 직접투자에서 발을 빼고 간접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의 주식매매 비중은 2001년 73.2%에서 올 6월에는 57.2%로 떨어졌다. 주식투자인구와 활동계좌수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투신권의 주식계좌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적립식 펀드와 변액보험을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기관으로 몰려들테고 이는 한국 증시의 상승행진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요인이다.

창의력과 상상력 역시 요즘처럼 매기가 빠르게 순환되는 장에서는 필수다. 신고가가 속출하고 업종별로도 순환매가 빠르게 돌고 있다. 업종내에서도 대표주와 후발주간 매기가 옮겨다니고 있다.

종목을 골라내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과하지만 않으면 폭탄주도 즐길만하다. 사실 맥주와 위스키를 섞은 폭탄주의 도수는 10~13도 정도다. 21도인 소주보다도 낮은 셈. 술 자체 보다 분위기에 한번 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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