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고용, 너마저도..."
미국 노동시장의 고용창출 규모가 예상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의문이 늘어나고 있다. 6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시카고 구매관리자협회(PMI) 제조업 지수·내구재 주문 부진, 1분기 성장률 하향조정 등으로 성장 속도가 둔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던 차에 고용까지 일격을 가했다.
6월 한 달 수치로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 비관론을 제기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성장 가도에 이상 신호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미국 경기활황이 한 풀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6월 고용, 올들어 두번째로 저조..속내도 부실
노동부는 6월 비농업부문 신규일자리가 11만2000개 늘어났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문가들의 예상치 25만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월가 투자은행 중 고용에 대해 가장 비관적이던 웰스파고도 18만5000건을 예상했으나 이보다도 훨씬 낮았다.
11만2000건은 지난 2월을 제외하면 올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3월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던 고용시장이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 뚜렷하다. 노동부는 5월 일자리도 당초 24만8000개에서 23만5000개로 하향 조정했다.
속사정은 더욱 나쁘다. 서비스 부문 일자리는 12만2000개가 늘었지만 제조업 부문 일자리는 1만1000개 감소했다.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한 것은 5개월 만에 처음이다. 경기회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사실은 향후 고용상황이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시간당 임금증가도 0.1% 상승에 그쳤다. 월가의 전망치 0.3% 증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제조업 부문 주간 근로시간은 41.1시간에서 40.8시간으로 줄었다. 고용시장 회복은 필수적으로 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증가를 수반하게 마련인데 이같은 상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 경제 상승동력 "잃을 수 있다" vs "아니다" 논란
사실 6월 고용 악화는 일정 부분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발표된 ISM, 시카고PMI, 내구재주문, 신규실업수당신청자수 등 주요 경제지표가 잇따라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고용시장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고용와 같은 날 발표된 5월 신규공장 주문역시 0.3% 감소해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 기조가 유지되려면 최소 월 15만건의 일자리가 생겨나야 한다는 점에서 6월 지표가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맥심그룹의 베리 리톨츠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 경제가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상승동력을 잃을 지 모른다는 비관론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 이같은 분석이 월가의 주류라고 보긴 어렵지만 감세와 저금리 등 그간 미국 경제를 부양했던 경기진작 정책이 사라졌다는 점이 문제다. 고유가, 금리인상, 재정적자 등 불안 요인은 날로 늘어나고 있어 비관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뱅크원자산운용의 앤서니 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현재 경기회복 속도가 훨씬 더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3월부터 5월까지 이어진 석 달간의 고용 호조가 `속 빈 강정`이란 분석도 나온다. 작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고용증가분 중 14%가 임금이 낮은 임시직이란 통계도 있다. 이코노미닷컴의 마크 잔디 애널리스트는 "늘어난 일자리 중 상당수가 저임금 직종이라는 것은 소비 증가를 제약하고 결국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물론 반론도 많다. 상반기 전체 신규 일자리는 130만건 가량 늘었다. 6개월 기록으로는 4년래 최고치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도 이 점을 들어 "상반기 미국 고용시장 환경은 매우 좋으며 6월 고용통계에서도 미국 경제회복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낙관론자들은 전통적으로 여름철은 고용이 부진한 계절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달 주당 근로시간의 감소는 레이건 전 대통령 국장으로 많은 기업들이 임시 휴일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폭스자산운용 빈센트 암브로즈 매니저는 "월가 기대치가 너무 높았을 뿐 6월 고용지표는 여전히 훌륭하다"고 밝혔다.
CNN머니역시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잇따라 부진했지만 고유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며 곧 개선될 것이라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용부진이 금리인상, 대선가도에 미칠 영향은
6월 고용부진이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지난달 30일 연준이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8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추가 금리인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같은 관측이 변화하고 있다.
웰스파고 손성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 기회를 몇 번이나 건너뛸 수 있다"고 말했다. 폭스자산운용의 암브로즈역시 "공격적 금리인상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고용시장 불안정성이 재선을 노리는 부시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이라크 사태 악화, 막대한 재정적자 등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헤메고 있다. 이 와중에 고용부진까지 나타나면서 가뜩이나 바쁜 그의 대선가도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설명이다.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는 오래 전부터 부시 집권 후 미국에서 수천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공격해 왔다. 6월 고용부진으로 케리는 향후 부시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일 것이 확실시되며 이래저래 부시 대통령은 곤경에 처하게 됐다는 분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