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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대차는 새해를 며칠 앞두고 그룹의 두뇌라 할 수 있는 R&D 조직의 전면 개편을 예고하며 그룹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통적인 차량 개발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차세대 SW-HW 아키텍처 통합 최적화, 파괴적인 원가 혁신 시도 등을 주도하는 혁신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라며 “1월 내 세부적인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HW 중심이던 R&D 조직하에서는 산업을 선도할 혁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아예 SW을 중심으로 R&D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간 현대차그룹은 R&D 허브인 남양연구소를 총괄하는 조직인 CTO를 필두로 글로벌 SW센터인 포티투닷(42dot), 글로벌 전략 오피스(GSO), SDV본부 등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각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업해왔다. 그러나 조직 분산과 리더십 이원화, 협업 체계의 복잡성 등의 문제로 혁신 전략의 일관성만 부족하다는 평가가 내부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HW 연구진과 SW 연구진 간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너지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조직 개편은 필연적 선택이다. SDV는 차량 내 각종 장치를 관리·제어하고 통제하는 것을 넘어 주행 성능과 편의 기능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이 되는 차량이다. 단순히 차량 판매를 넘어 데이터와 SW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제품과 비즈니스를 열어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SDV로 전환 시 차량의 기획부터 설계, 제조까지의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면서 제조 비용도 2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창현 현대차그룹 SDV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도 최근 ‘제3회 HMG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SDV 전환을 이루려면 차량을 ‘이동의 모든 과정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제공해 주는 디바이스’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스마트폰 개발 방식과 동일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개발 방식을 차량 개발에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개념을 담아 현대차그룹은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리는 ‘CES2024’에서 자동차는 더 이상 하드웨어가 아닌 끊임없이 배우고 학습할수록 계속 좋아지는 데이터 머신으로 재정의할 예정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전기차 혁신으로 꼽히는 테슬라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건 차를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하드웨어를 이끌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완성하고 이 알고리즘을 가지고 돈을 벌겠다는 전략”이라며 “SDV의 글로벌 패권을 쥐기 위해선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까지 설계하고 가동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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