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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저축은행 중앙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07%로 집계됐다. 약 한 달 전만 해도 평균 금리는 연 4.23%였는데 0.16%포인트가 떨어진 것이다. 최고 금리도 연 4.4%로, 상상인저축은행이 판매하는 1개 상품뿐이다. 나머진 그 이하이며 연 3%대 금리도 수두룩하다.
반면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아직 연 4%대가 많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37개 상품 중 연 4%가 넘는 상품은 19개다.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은 전북은행의 ‘JB 123’으로 연 4.47% 금리를 준다. 저축은행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보다 오히려 높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들은 1금융권인 시중은행보다 예금금리를 높게 책정한다. 그래야 건전성이 높은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에 설 수 있고, 자금을 끌어올 수 있어서다.
하지만 작년 연말 무리하게 올린 금리가 올해 ‘적자’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면서 저축은행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저축은행들은 9년만에 적자를 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79개 저축은행은 962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자이익(-5221억원)이 감소했는데 대손비용(+6292억원)은 크게 증가한 탓이다. 6월말 기준 연체율은 5.33%로 작년 말(3.41%)보다 1.92%포인트 상승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도 4.61%로 증권업계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그러다 보니 저축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높이기보다 오히려 떨어뜨려 예금이 빠져나가게 두고 있다.
신규 대출은 사실상 중단하다시피 했다. 영업을 하면 할 수록 손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108조942억원으로 지난해 동월(116조1292억원) 대비 6.9%(8조350억원) 감소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차주들의 리스크가 올라간 상황에서 대출을 많이 했다가 연체가 되면 안 되니 대출 자체가 줄게 되고, 예금도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작년에 예금이 굉장히 많이 들어와 유동성은 풍부하다”며 “연말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예금) 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예금이 더 빠져나가길 바란다는 뜻”이라며 “저축은행들이 여신을 신중하게 취급하다 보니 수신을 많이 쌓아놓을 필요가 없어졌고, 만기가 도래해 빠지는 예금을 충당할만한 유동성은 확보가 돼 있어 일부 예금을 줄이는 영업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할수록 손해…“자금 유치 필요성 못느껴”
일각에선 저축은행들이 사실상 대출 금리 상한이 제한돼 있으니 연체나 대손 비용 등까지 고려하면 역마진 우려가 있어 예금 금리를 높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축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대출 금리 상단은 (대부업체 최고 금리 연 20%보다 낮게) 정해져 있다”며 “무리하게 금리를 높여 자금을 조달하면 오히려 역마진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저축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서민 급전 창구가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자산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의 올 상반기 저신용자(신용점수 하위 20%) 대출 신규 취급액은 1조3947억원으로 작년 한 해(4조1901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