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한국 찾은 ''스노우쇼''
전설적 광대 슬라바 폴루닌 대표작
대형 거미줄·풍선 공 놀이 등 볼거리 가득
"관객과의 교감으로 마법 일으키는 작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LG아트센터 서울이 놀이터로 변신했다. 공연 시작 전 들려오는 기차 소리부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연이 시작하면 노란색 포댓자루 같은 옷을 입고 빨간색 큰 코를 가진 광대가 등장한다. 광대의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함께 관객은 환상과 동화의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쇼’ 공연 장면. 모든 공연이 끝난 뒤 광대들이 관객과 공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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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 마르셀 마루소와 함께 전설적인 광대로 손꼽히는 슬라바 폴루닌(73)의 대표작 ‘스노우쇼’가 8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대전, 진주를 거쳐 지난 10일부터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스노우쇼’는 8명의 광대가 펼치는 공연이다. 광대들은 아무런 대사 없이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짧은 에피소드를 선보인다. 동화책 안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재미있는 소품들과 음악, 조명을 정교하게 조화시켜 관객을 무대 위의 이야기에 몰입시킨다.
관객과 광대와의 소통과 교감이 공연의 관람 포인트다. 공연이 시작되면 화살 맞은 광대가 객석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관객의 물건을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1막 말미엔 거대한 거미줄이 1층 객석을 덮어 버리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거미줄에 갇힌 관객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는다.
|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쇼’ 공연 장면. 광대들이 객석의 관객과 함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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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눈’이다. 공연장에 입장한 관객은 객석 구석구석에 쌓여있는 종이 눈을 만나게 된다. 공연 중간중간 무대 위로 흩날려 오던 눈은 엔딩 장면에서는 엄청난 눈보라가 돼 객석으로 몰아친다. ‘스노우쇼’를 한 번 본 관객이라면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모든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광대들이 객석을 향해 초대형 풍선 공을 날리며 관객과 함께 공놀이를 즐긴다. 객석과 무대의 구분 없는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폴루닌은 17세 때 마임에 매료되어 광대극을 배우기 시작했다. 1979년 극단 ‘리치데이’를 창단하여 러시아의 대표적인 광대로 떠올랐다. 이후 런던과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진출한 그는 1993년 자신의 노하우를 집대성한 ‘스노우쇼’를 발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93년 러시아에서 초연된 ‘스노우쇼’는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 100개 이상의 도시를 투어하고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검증된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다. 영국 올리비에 어워드, 뉴욕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등 권위 있는 연극상을 받았고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다.
폴루닌은 ‘스노우쇼’를 “어린 시절로의 여행”이라며 “(관객은) 우리가 어렸을 때만 느낄 수 있었던, 알록달록한 컬러풀한 세상, 솔직한 감정, 작지만 소중한 디테일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고 소개했다. 또한 “이 극에서 가장 마술 같은 점은 관객과의 교감”이라며 “대사가 아닌, 연기자와 관객들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이 미묘한 교감이 극장에 마법을 일으키는 작품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공연이다. ‘스노우쇼’는 오는 21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한다. 이어 대구 수성아트피아(5월 24일~5월 27일), 울산 현대예술관(5월 31일~6월 3일)으로 투어를 이어간다.
|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쇼’ 공연 장면. 거대한 거미줄이 1층 객석을 뒤덮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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