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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스위니토드’에선 연쇄 살인마 이발사 스위니토드 역을 맡았다. 순수하고 서정적이었던 그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그야말로 파격 변신이다. 그 이유가 궁금해 최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강필석을 만났다. 강필석은 ‘스위니토드’ 출연이 배우로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했다.
“이미지 변신을 생각하며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에요. 어렸을 때는 서정적인 작품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런 것도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 대본의 완성도가 있는 작품, 그리고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에 더 마음이 갑니다.”
‘스위니토드’는 뮤지컬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아내와 딸을 보살피던 건실한 이발사 벤자민 바커가 자신을 불행으로 몰아넣은 터핀 판사와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스위니토드라는 이름으로 복수를 펼친다는 내용이다. ‘인육(人肉) 파이’ 등 자극적인 소재가 등장하는 ‘핏빛 뮤지컬’이지만 블랙 코미디의 재미로 매 시즌 관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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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상대 배역인 러빗 부인과의 호흡에서 느끼는 재미가 크다. 이번 공연에선 배우 전미도, 김지현, 린아가 러빗 부인으로 출연한다. 전미도, 김지현은 강필석과 그동안 여러 편의 작품을 함께 한 배우들. 뮤지컬 마니아들이 ‘믿고 보는 조합’으로 꼽는 콤비다. 린아는 10년 전 선후배로 처음 만난 뒤 이번에 주연으로 호흡을 맞췄다.
“세 배우 다들 잘 하는 배우들이라 매회 공연이 새롭고 재미있어요. 미도는 연습을 안 맞춰봐도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배우죠.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도 척척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지현이는 미도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냉철하게 작품을 끌어가 새롭고요. 린아는 10년 전엔 신인이었는데 이제는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놀라운 배우가 됐더라고요.”
강필석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배우의 꿈을 갖게 됐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연극을 하던 누나의 권유로 배우의 길을 선택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들어갔다. 2004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정식 데뷔한 뒤 20년 간 무대를 묵묵히 지켜왔다. 그는 “지금도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무대에선 제가 아닌 다른 인물을 연기하기 때문에 성격은 문제가 안 된다”며 “그게 무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선생님들과 ‘햄릿’을 하면서 아직 배우로서 기본이 부족하다는 걸 많이 깨달았어요. ‘햄릿’이 있었기에 ‘스위니토드’에 도전할 수 있었죠. 배우로서 무대에 있을 때가 행복합니다. 물론 좋은 기회가 있다면 다른 매체도 도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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