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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군사지원 받아낸 젤렌스키…방미 과정도 '철통보안'

유준하 기자I 2022.12.24 09:50:28

美 군용기 조종사들도 누구 태우는지 몰라
美 '서열3위' 하원의장도 사흘전에야 알아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미국으로부터 2조원이 넘는 군사지원을 받아낸 이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철통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사진=AFP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극도의 보안과 철통같은 엄호 속에서 진행됐다. 미 군용기 조종사들은 접근하는 차량에서 내린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가 바로 젤렌스키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알아챘다는 후문이다.

앞서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와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 몇명을 태운다고만 들었던 그들은 임무의 중요성을 보다 실감했다.

감청 우려 때문에 브리짓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 대사를 비롯한 키이우 현지 실무자들은 통신을 이용하지 않고 대부분의 논의를 대면 접촉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비롯해 의회 주요인사에게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하기 불과 사흘 전에야 관련 소식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진다.

펠로시 의장은 직전까지도 보안을 지켰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해 21일 백악관 정상회담에 이어 미 의회 합동연설을 한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을 때 일부 의원은 성탄절 연휴를 앞두고 휴가를 떠났다가 급히 워싱턴DC에 복귀하기도 했다.

WP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가 이처럼 일급비밀로 다뤄진 건 매일같이 목숨의 위협을 받는 전시 지도자의 출국이 갖는 특유의 위험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출발하기 수 시간 전 미국 군소 매체 펀치볼뉴스가 의회 소식통을 인용해 방미 사실을 보도하면서 보안에 구멍이 뚫리는 위기도 있었다. 이에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 측에 이 사실을 급히 알렸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미를 취소한다는 선택지를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한편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변함없는 지지를 약속받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22일 동유럽을 거쳐 귀국하면서 “(워싱턴에서) 정말로 도움이 될 좋은 결과를 거뒀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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