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지분 매각 중단으로 협상 당사자들도 새 국면을 맞았다. 유력 인수 후보자로 꼽히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외국계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한 지분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IPO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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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지난 19일 “카카오모빌리티 주주 구성 변경을 검토해왔지만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6월 중순 매각설이 처음 불거진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카카오가 공시로 사태 진화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가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은 사실상 크지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카카오가 지분 매각 중단을 선언한 이유로는 회사 임직원들의 거센 반발이 꼽힌다.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은 물론 카카오 공동체(그룹) 노조까지 나서 매각에 반대했다. 상황이 고조되며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고 ‘카카오가 사모펀드로 매각을 추진한다’는 프레임이 씌워지며 매각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비즈니스가 많은 카카오 특성상 사회적 여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 지분 일부와 2대 주주인 외국계 FI 지분 인수를 묶어 최대주주로 올라서려던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도 본의 아니게 새 국면을 맞았다. MBK파트너스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에 적잖은 공을 들이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씁쓸한 상황임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두 달여간 ‘투기자본’ 프레임 공격까지 무릅쓰며 인수 의지를 저버리지 않았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는 관전평도 나온다. 카카오가 지분 매각 중단을 선언했지만, 지분 인수 자체가 완전히 어그러진 것은 아니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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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에서 남아 있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카카오를 제한 나머지 FI들과의 지분 인수다. 카카오모빌리티 주요 주주는 △카카오(57.5%) △TPG컨소시엄(29.0%) △칼라일(6.2%) △LG(2.5%) △구글(1.5%) △GS리테일(1.3%) 등이다. 카카오 지분 매각은 무산됐지만, FI 간 지분 매각 논의는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결국 PEF 운용사간 거래인 ‘세컨더리’ 형태로는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MBK파트너스가 당초 계획을 수정해 ‘최대 주주’ 대신 ‘주요 주주’로라도 들어가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중장기 성장에 확신이 선다면 주요 주주가 되기 위해 기존 주주들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최대주주로 올라서길 원한다면 카카오와의 협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은 변수다. 카카오가 지분 매각을 중단한 상황에서 또 매각에 나설 경우 다가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최대주주 자리가 물 건너간 상황에서 주요 주주로라도 남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IPO(기업공개)에 대한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경영권 매각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에 IPO 의지를 재정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뜩잖은 분위기 속에서도 IPO를 추진하고 있는 쏘카와 올해 연말 시장에 나올 기업들의 성적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지분 매각으로 빠지면서 결국 세컨더리를 하느냐, 마느냐로 상황이 바뀌었다”며 “기존 주주들의 엑시트 기한이 임박했다고 하지만, 헐값에 팔고 엑시트(자금회수)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이마저도 협상이 수월하진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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