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파리패션위크서 한국 디자이너 대표 쇼 진행
올해 F/W 반려식물과 함께 즐기는 스키 여행 콘셉트
글로벌 바이어들 K-패션 창의적 디자인 주목
옷은 사치품 아닌 필수 소비재 인식 전환 필요
국내 인지도 제고 노력 올해 여러 브랜드와 협업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세계 무대가 K-패션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처럼 국내 소비자분들도 한국 디자이너의 실력을 인정해준다면 패션은 하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 ▲라이(LIE) 이청청 디자이너와 모델들. (사진=L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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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라이(LIE) 이청청 디자이너를 만났다. 그는 지난달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진행한 파리패션위크 2022 가을·겨울(F/W) 쇼에 선 한국 디자이너 4명 중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알렸다.
오프라인으로 진행한 올해 파리패션위크는 K-패션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였다는 평가다. 쇼에 선 4개 브랜드 모두 파리패션위크 공식 파트너인 ‘트라노이(TRANOI)’ 트레이드쇼가 직접 선정한 브랜드다. 전세계를 통틀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주목할 만한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 것이다.
이청청 디자이너는 이번 오프라인 쇼에 대해 “패션쇼가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방향성이나 상상하는 부분을 고객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성공적인 쇼였다고 생각한다”며 “서울패션위크에서 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패션의 수도 파리에서 중요한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고 현지 매체들도 한국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에 찬사를 보냈다”고 말했다.
| ▲지난달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진행한 파리패션위크 라이(LIE)2022 가을·겨울(F/W) 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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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는 이청청 디자이너가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목표로 시작한 브랜드다. ‘삶은 표현이다(Life Is an Expression)’를 주제로 소비자들이 라이를 입고 본인의 캐릭터, 감정, 매력을 더 잘 표현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청청은 2012년 7월에 파리 ‘후즈 넥스트’ 전시로 존재감을 알린 후 이듬해 봄·여름(S/S) 컬렉션으로 세계 무대에 섰다. 여성복이 메인이었지만 요즘은 젠더리스 감성을 담은 옷을 생산하며 남성복도 만들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미국·유럽·중동·일본·홍콩·싱가포르 등 해외 유명 백화점과 편집숍 등 60여개 매장에서 세일즈를 진행을 했다.
이청청 디자이너는 “패션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고 새로운 자극을 줄만한 브랜드를 기대한다”며 “과거에는 한국 브랜드라고 하면 가격이나 품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 요즘은 해외 많은 바이어들은 K-패션의 디자인에 주목한다. 라이도 여기서 밖에 볼 수 없고 다른 브랜드로 대체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 ▲지난달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진행한 파리패션위크 라이(LIE)2022 가을·겨울(F/W) 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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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는 올해 F/W에서 반려식물과 함께 떠나는 스키 여행을 컨셉으로 컬렉션을 완성했다. 코로나에 갇혀 답답했던 일상에서 탈출해 알프스 산맥의 자연을 만끽하는 데서 착안했다. 아프레 스키(apres-ski)를 즐기는 유럽 문화에서 나아가 반려식물이란 소재를 더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쇼에 등장하는 화분은 재활용 소재를 이용했고 리사이클 원단으로 만든 가방을 만들었다. 스키를 잘라 가방에 붙여 장식적 요소도 더했다. 프랑스 비스포크 향수 ‘메종21G’과 협업으로 스위스 알프스 숲을 연상하는 향수도 이번 컬렉션에 포함됐다.
이청청 디자이너는 “패션에서 환경 보호와 같은 테마를 전달할 때 공격적인 메시지보다는 보다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고민했다”며 “알프스 숲 속을 떠오르게 하는 향수와 그런 무드를 느낄 수 있는 컬렉션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이같은 자연을 계속 느낄 수 있도록 해보자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디자이너 옷이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측면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패션은 하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반드시 필요한 소비재임에도 옷을 ‘사치품’으로 보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국내 유통망과 공급량의 한계로 여러 유통 채널에서 제품을 만나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한국 브랜드라면 가격이 더 싸야 한다’는 소비자 인식도 브랜드 성장을 더디게 하는 측면이 있다.
| ▲10일 청담 라이(LIE)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이청청 디자이너가 올해 봄·여름(S/S) 신상 제품을 들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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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청 디자이너는 “상업성이 높은 브랜드와 창의성이 높은 브랜드 두 가지가 공존하는 시장 환경이 마련돼야 하는데 국내 시장은 상업적으로 쏠린 측면이 강하다”며 “라벨 떼면 어떤 브랜드인지 알아볼 수 없는 유행만 좇는 옷이 계속 나오다보면 패션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라이는 이제 국내 소비자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려고 한다. 보그나 WWD 등 해외 패션 전문지가 라이를 주목하는 것처럼 국내 소비자들이 라이를 알고 입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현재 라이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에서 지난달 25일부터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유통을 시작해 LF몰과 W컨셉 등 10개 이상의 플랫폼에 입점한 상태다.
이청청 디자이너는 “올해는 대중성 있는 브랜드부터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기획 중에 있다”며 “해외 세일즈에서 나아가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 국내 소비자들에게 ‘라이가 잘하네’, ‘한국 패션 경쟁력 있네’ 같은 평가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 ▲청담 라이(LIE)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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