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형 前금통위원 "한은에 고용안정 요구하려면 정책수단 더 줘야"

이윤화 기자I 2022.01.11 07:15:00

"美연준, 한은·산은·금융위 협력해야 가능한 일 홀로 추진"
"부의 불균형, 영구적 자리잡을 위험…그냥 둘 수는 없어"
"기후변화, 국가적 차원 정책 필요…통화정책은 거들 뿐"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경제학 측면에서 보면 목표 하나에 정책 수단 하나가 필요합니다. 기후변화, 고용 안정까지 (중앙은행이 해야 할 일로 본다면) 도구를 더 주지 않으면 불가능하지요.”

코로나19 발생 초창기였던 2020년 4월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이일형 전 위원은 10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후변화, 불평등 심화, 고용 안정 등 중앙은행에 갖가지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이일형 전 한은 금통위원. (사진=이데일리 DB)


이 전 위원은 “(중앙은행에) 목표를 두 세 개 더 주길 원한다면 권한을 그만큼 더 확대해 줘야 하며, 확대된 권한 내에서 각 목표에 따른 수단을 개발하는 것은 차후의 문제”라며 “추가적 수단을 선택할 수 없이 목표물만 세워두면 그나마 하고 있던 물가마저 관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선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한은의 목적 조항에 물가 안정, 금융 안정 외에 고용 안정까지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법 개정안만 5개가 계류 중이다. 문제는 한은이 고용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란 점이다.

이 전 위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연준은 실업률 (등 고용 안정을)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는 데 이는 정책 수단이 훨씬 많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한은이 할 수 있는 게 금리 정도라면 연준은 산업은행, 금융위원회, 한은 등이 협력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을 위기 시 홀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2011년 금융 안정을 목적 조항에 추가했지만 주택담보대출(LTV) 등 금융조절 수단은 모두 금융위가 갖고 있는 데다 비 금융기관과의 직접 거래가 금지돼 있어 위기 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다.

그는 “중앙은행에 던져진 다양한 과제의 타당성을 잘 구분하고 그에 맞는 권리를 한은에 쥐어 주는 것이 선결돼야 그에 맞는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저금리와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급등한 집값, 그로 인한 소득불균형 등의 고리를 그냥 둬선 안 된다고 봤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장기화에 집값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상대적 가격마저 올라 부의 불균형 상태가 영구적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이를 빨리 잡으려고 하면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며 현재 정책 선택의 어려움을 시사했다.

다만 기후변화에 대해선 통화정책의 한계성을 강조했다. 이 전 위원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디서 얼마 만큼의 비용을 누가 지불할 지 등은 국가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통화정책이 금융기관들의 녹색금융(green finance)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겠지만 한은이 기후변화를 주도한다면 부정적 여파가 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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