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00번 독도 출몰하는 日…우리 해상 빈틈없이 지키겠다"

최훈길 기자I 2021.09.08 07:03:00

[만났습니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①
“독도·이어도 中日 공세 갈수록 늘어 해상경비 중요”
“10년래 최대로 예산 늘었지만 해경 함정·헬기 부족”
“빈틈없는 방어, 미래 해상경비체계 예산투입 강화”
“中 불법조업 강력 단속, 국민안전·해경기강 챙길 것”

[인천 송도=이데일리 최훈길 임애신 기자]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1년에 많게는 100회 정도 우리 땅인 독도 인근에 나타납니다. 중국 해양조사선도 이어도에 잇따라 출현합니다. 해양경비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빈틈없는 방어와 함께 미래 투자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을 인천 송도 해경청에서 만난 지난 달 31일은 내년도 예산안이 발표된 날이었다. 내년도 해경 예산은 1조6836억원으로 올해보다 9.3% 증가했다. 내년도 해경 주요 사업비는 올해보다 20.2% 늘어 최근 10년래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해경이 부활하고 대대적인 예산 투자가 이뤄진 결과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68주년 해양경찰의 날(9월10일)을 앞둔 지난달 31일 인천 송도 해경청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청 장 뒷편에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9월14일 페이스북에 해경 관련해 남긴 글을 담은 액자가 놓아져 있다. 당시 해경이 통영, 영종도 해상사고에서 72명 전원을 구조하자, 문 대통령은 “신속한 출동과 구조활동이 인명피해를 막는 결정적 기여를 했다”며 “우리 해경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1968년 경남 남해 출생 △부산남고 △부산수산대어업학과 △중국 화동정법대학 법학 석사 △인하대 해양법 박사 △경찰간부후보생 42기 △해양경찰청 기획담당관·장비기술국장·경비국장·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17대 해양경찰청장(2020년 3월~) (사진=해양경찰청)


68주년 해양경찰의 날을 앞두고 잔칫집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은 빗나갔다. 오히려 김 청장은 긴장을 놓지 않고 있었다. 눈빛은 날카로웠고 목소리에는 힘이 배어 있었다. 그는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함정을 보내고 있고, 중국은 더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9월부터는 가을 꽃게철을 맞아 중국 어선의 조업도 시작된다”고 전했다. 그가 여름휴가를 사실상 반납하고 비상대기조처럼 청사를 지키고 있는 이유다.

최근 추이를 보면 안심할 수 없다. 일본 해양보안청 순시선의 독도 인근 해상 출현 횟수는 2018년 84회, 2019년 100회, 2020년 83회에 달한다. 사나흘에 한 번꼴로 나타나는 셈이다. 중국 해양조사선은 같은 시기에 14회, 20회, 31회나 이어도 인근에 나타났다. 여기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제주도 인근 중국 어선까지 포함하면 해경이 대응해야 하는 선박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문재인 정부가 예산을 대폭 투입했지만, 여전히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해경, 일본 해상보안청, 제인스 연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해경 함정은 354척으로 중국(394척), 일본(477척)보다 적다. 헬기는 20대로 중국(19대)보다 많지만 일본(53대)의 38% 수준이다.

이 때문에 취임 1년 6개월을 맞은 김 청장은 바쁠 수밖에 없다. 김 청장은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드론, 무인기, 인공위성 등 첨단장비를 활용한 미래형 해상경비체계인 ‘해양정보상황인식체계’(MDA·Maritime Domain Awareness)를 구체화하는데 집중하겠다”며 “빈틈없이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김 청장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내년 해경 예산안은 잘 편성됐나.

△국가 전체 예산은 올해보다 8.3% 증가했는데, 해경은 9.3% 증가했다. 해양영토·주권수호 예산이 대거 편성됐다. 코로나19로 국가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데도 이렇게 지원 예산이 늘어났다.(내년 해경 예산안 중 해양영토·주권수호는 4341억원, 안전 보호는 1226억원, 해양치안질서는 561억원, 깨끗한 바다 만들기는 55억원 각각 편성됐다.)

-해양영토·주권수호 예산이 대거 편성된 이유는.

△일본·중국 측이 독도와 이어도에 각각 출현하는 횟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은 사나흘에 한 번꼴로 독도 인근 해상에 나타난다. 특히 중국은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우리나라 방어력이 필요하다.

-일본·중국이 왜 이렇게 나오나.

△일본은 우리 땅인 독도를 국제적으로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게 있다. 일본이 우리 영해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변함 없이 독도 인근으로 오고 있다. 중국은 해상판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경제권을 중국 중심으로 가져가려는 중국의 국가전략)다.

해양경찰청이 제68주년 해양경찰의 날(9월 10일)을 앞둔 지난 2일 경북 울릉군 독도 인근 해상에서 태극기를 펼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해양경찰청)


-우리 정부의 해상방어 대책은?

△미래형 해상경비체계인 MDA를 구축하고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드론, 인공위성 등을 활용한 4차 산업혁명 시대 경비체제다. 최근에 미군이 공격용 무인기(드폰)로 탈레반을 공격한 것과 같은 체제다. 우리나라가 해외보다 함정·비행기 등 경비 세력이 적은데, 앞으로 MDA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노후 함정이 많지 않나.

△바다에서 사람이 대응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장비 선진화가 정말 필요하다. 서해 NLL 및 동해 북방해역 경비, 불법조업 외국어선 근절 위해 함정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 3000t급 대형함정 1척 예산 반영을 추진 중이다. 동해 북방해역을 전담하는 3000t급 함정은 2023년 1척, 2024년 1척 각각 추가로 배치된다.

-불법조업 중국어선 대책은.

△9월 1일부터 중국어선이 조업을 재개한다. 정부는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히 단속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26척의 불법조업 외국어선을 나포했다. 중국 해경에 인계해 이중처벌을 받도록 했다. 올해 열리는 한·중 어업문제 협력회의 및 어업공동위원회에서도 중국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할 것이다.

해양경찰청이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추적하고 있다. (사진=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안전 쪽도 강화 중인가.

△세월호 참사 이후에 현장에 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해상 사고가 나면 자기 가족이 사고가 났다고 생각하고 임해달라’고 해경 대원들에게 지시했다. 이 결과 올해 연안 해역 사고 인명 피해는 역대 최소치인 100명 이하로 떨어졌다.

-올해 신년사에서 해양 전문 수사기관 포부도 밝혔는데.

△해경 수사관을 제대로 키우는데 최소 5년 이상이 필요하다. 지난 정부에서 해경 해체로 수사·정보 부분이 상당히 위축됐다. 해경 부활로 수사 부분도 상당히 정착됐다. 특히 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해경이 수사업무 1차 종결권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더 책임감을 가지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해경의 마약사범 단속은 최근 3년간 평균 225건에서 올해 7월까지 419건으로, 해양안전저해 특별단속은 지난해 539건에서 올해 1346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수사를 받는 어민·업계는 힘들다고 한다.

△해경청장이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를 할 수 없다. 다만 전체적으로 두 가지 방향은 얘기했다. 우선 영세 어민들의 경우에는 ‘수사 갑질’을 하지 말라고 한다. 법적인 부분에 대해 홍보·교육을 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기업형 불법에는 아주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안전에 소홀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안전 문제는 양보할 일이 아니다.

-일부 일탈로 해경이 수사·징계를 받기도 한다.

△시대 흐름에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좀 있었다. ‘자신의 딸이고, 아내이고 여동생이라고 생각하면 달라지지 않겠느냐’며 철저하게 재발 방지를 지시했다. 직원들에게 우리는 공무원, 공인이자 국민의 공복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방역으로 고생하는 공무원들, 코로나로 피해를 입고 있는 자영업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고 한다.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보고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라는 뜻에서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68주년 해양경찰의 날을 앞둔 지난달 31일 인천 송도 해경청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해양경찰청)


-취임 1년 6개월 소회와 향후 계획은.

△작년 3월에 취임하고 쉼 없이 달려왔다. 임기 6개월을 남겨 놓았다. 바다에 사는 우리들에게 바다는 낭만의 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같이 하는 존재다.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한평생 바다와 함께 했다. 앞으로도 바다를 위해 바다에 도움될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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